‘좋은 상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도 유통판로, 마케팅 전략을 잘못 세워 시장에서 사장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좋은 물건을 만드는 일 만큼 파는 일에도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김태호 롯데마트 시흥점장은 “‘나는 제조만 한다’는 생각은 결국 유통업체 배만 불리겠다는 생각”이라며 “판매할 곳은 정말 많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므로 유통업자, 물류업자, 디자인, 온라인마케터 등 판매와 관련한 모든 관계자를 만나보고 정보를 얻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실이 된 매장에서 주로 진행하는 ‘깔세’는 재고를 처리할 때 많이 이용한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매출·판매실적이 적은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대형유통업체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매출이 적은 중소기업이 오프라인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하려면 바이어나 대형유통업체 담당자를 설득할 매출실적,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거래처의 리스트 및 납품액, 품질관련 인증, 해외수출 실적, 방송출연 경험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유통 초보기업이 자주 하는 오판 중 하나가 ‘어디든 많이 팔기만 하면 좋다’거나 ‘아무데나 입점하고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커질수록 위험부담도 더 커지는 유통은 열번 성공해도 한번 실패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사의 제품과 맞는 가격정책 그리고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최저가’ ‘대금결제조건’ 신중하게 따져 보고 정하라

가격정책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은 ‘최저가’ 설정과 ‘대금결제조건’이다. 단기간에 많은 제품을 판매할 욕심에 소셜커머스에 저마진 최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경우 향후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공동구매, 복지몰, 특판 등의 유통채널로 옮겨갈 때 어려움이 생긴다. 또 할인점에 진출해 보고자 최저 납품가로 대형마트에 입점하게 됐다면, 향후 더 낮은 단가로 판매해야하는 온라인 유통채널 입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복수의 벤더(vendor)와 거래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벤더는 생산자와 판매사의 중간에서 제품선택과 마케팅, 홈쇼핑 입점 등을 주관하는 일을 하는 업체나 업자를 말한다. 한 벤더가 땡처리가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할 경우, 가격의 일관성이 없어 기존 유통채널의 반발이 생길 수 있고 새로운 유통채널로 진입하려해도 가격 주도권을 잃게 된다. 따라서 유통채널 별로 제품의 규격·이미지·포장 등을 구분해 판매하거나 온라인·오프라인 별로 통일된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종류

<자료=중소기업진흥공단>   ©중기이코노미

대금결제조건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보통 30~50일 이후에야 제품 대금을 지급하는 업계의 결제특성을 감안해 자금운영 정책을 세워야 한다. 매출이 늘어나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이 늘어나 흑자부도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회사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유통채널을 선택해야 한다.

진입장벽 높은 오프라인 유통 ‘틈새채널’ 공략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면 대형 유통업체 진출에 앞서 ▲인포홈쇼핑 ▲신문광고 ▲깔세 ▲야외행사 ▲특판 등 오프라인 틈새채널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포홈쇼핑은 홈쇼핑의 일종으로 케이블 TV채널 프로그램 사이에 상품판매를 하는 방송을 말한다. 인포홈쇼핑은 전문 벤더들이 제조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행사를 진행한다. 전문 벤더들이 찍은 홈쇼핑 영상은 일반홈쇼핑 영상과 달리 다른 채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광굴비류, 김장매트, 스테이크 매직호스와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다.

일간지 신문지면을 활용하는 신문광고는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40대 중반 이상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 효과적이다. 등산웨어, 방한의류, 골프웨어, 구두, 시계, 시즌별 건강식품 등이 주를 이룬다.

공실이 된 매장에서 주로 진행하는 ‘깔세’는 주간·월간 단위로 계약하고 상품을 판매한다. ‘폐업처분’, ‘눈물의 재고정리’, ‘땡처리 대전’ 등 부진재고를 처리할 때 많이 이용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브랜드 제품은 가로수길 깔세 매장에서 하루에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깔세는 주로 패션·잡화·고가상품 등이 적합하며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고 비사업자 카드단말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깔세114에서 깔세매장 및 상품 등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네이버밴드 노점상닷컴에서는 전국의 행사, 알뜰장, 야시장 정보를 제공한다(위). 2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맘스홀릭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자료=노점상닷컴 밴드, 맘스홀릭 카페>

야외나 실내에서 몽골텐트를 치고 하는 ‘야외 행사’는 사전에 정부허가가 필요하다. 군항제·단오제 등과 같은 지역축제와 야시장, 바자회, 교회·병원행사 그리고 청계광장, 킨텍스, 코엑스 등에서 운영하는 행사 등이 있다. 매출액이 높은 장소에서는 매출액에 대한 수수료를, 검증이 안된 행사에서는 고정금액의 임대료를 낸다. 네이버밴드 노점상닷컴에서는 전국의 행사, 알뜰장, 야시장 정보를 제공한다.

특판은 기업체·금융회사·보험사 등이 고객사은품, 우수사원 상품, 직원선물, 자사 온라인몰 판매 등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간에 대량의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판매가격은 온라인 최저가를 조건으로 한다. 시계·넥타이 등 패션소품과 USB·MP3 등의 디지털제품, 선물세트 등 단가가 낮은 상품이 적합하다. 보통 여러 벤더회사에서 비교견적을 받아 제품을 결정하기 때문에 유통업자가 모여있는 인터넷카페 등에서 특판벤더업체 및 특판정보를 미리 파악해 두면 유용하다. 네이버카페 유통과학연구회와 온라인유통센터에서 특판정보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공동구매’ 활용

중소기업이 공략하기 좋은 온라인 유통채널은 복지몰과 같은 특정집단만 구매할 수 있는 폐쇄몰과 카카오스토리 채널·네이버 밴드·카페 등이다.

복지몰은 일반인이 아닌 특정집단에 소속된 조직원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을 말한다. 삼성몰, 약사몰, 공무원몰, 교사몰 등이 있으며 온라인 최저가 판매가 조건이지만 온라인 상에 가격이 노출되지 않고 사이트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재고를 소셜커머스보다 낮은 가격에 처리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직원 복지몰을 선택할 때는 회사의 규모나 직원 수도 중요하지만, 해당몰을 이용하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복지몰의 경우 결제조건이 45~100일까지 긴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카카오스토리 채널과 네이버 밴드,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이들 커뮤니티 사이트는 온라인 최저가를 조건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온라인 가격을 잘 통제해야 한다. 맘스홀릭, 지후맘, 중고나라, 뽐뿌, 파우더룸, 레몬테라스와 같이 40여만명에서 1500여만명의 회원 수를 확보한 전국적인 규모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주부, 미혼여성, 남성 등 공략해야 할 고객유형이 달라지며, 각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상품제안서를 보내 채택되면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공동구매는 일정기간동안 주문을 모아 한 번에 배송하므로 관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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