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수급사업자)는 B사(중간검수업체)를 통해 A사(원사업자)와 OEM 제작형태로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1차 납품을 완료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 A사는 제품의 하자가 있다며 납품단가를 절반이하로 낮춰 다시 납품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이전에 생산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손해에 대해 책임지라고 C사에 요구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사례의 경우 A사와 B사가 협의해 지정한 원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A사가 C사에 부당하게 감액 혹은 반품을 요구했다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도급법 제10조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납품을 받은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으면 납품한 물건에 대해 부당하게 반품을 요구할 수 없다.

또 A사가 급작스럽게 대금을 절반 이하로 감액해 납품하라는 요구는 하도급법 제11조 감액금지 조항을 어긴 행위다.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않은 경우는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하도급 계약에 있어 원사업자는 납품한 상품을 검사하고 그 검사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도급법 제9조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 등을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통지하지 않은 경우 수급사업자는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납품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제품 하자를 구실로 A사는 C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면 안된다.

경기도불공정거래상담센터 연취현 변호사는 “간혹 귀찮다는 생각으로 계약서 작성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는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는 계약서가 없으면 하도급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경기도불공정거래상담센터 연취현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제품제조를 위한 장비 등이 구비돼 있고 하도급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면, 수급사업자는 후일 더 많은 양의 주문을 기대하고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계약을 유지하고 싶을 수 있다”며 “하지만 최소물량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적자를 감수하며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수급사업자가 손해의 내용 및 손해액 등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 수급사업자는 하자의 내용과 그 하자의 책임이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강압적으로 요청해 손해가 발생됐다는 점 등을 알 수 있는 이메일이나 내용증명 등의 자료를 모아 보관해 둬야 한다.

연취현 변호사는 “간혹 귀찮다는 생각으로 계약서 작성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는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는 계약서가 없으면 하도급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이 사례에서 소기업인 중간검수업체 B사는 하도급법이 정한 원사업자의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B사와 C사의 계약서보다는 원사업자인 A사와 수급사업자 C사의 계약서가 있어야 하도급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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