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체포된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옷차림이 화제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정유라 패딩’, ‘N사 패딩’ 등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정씨가 당시 입은 패딩은 캐나다 브랜드인 N사의 제품으로 가격은 80~1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비난받은 인물의 옷, 액세서리, 스타일 등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블레임룩(blame look)’이라고 한다. ‘비난하다’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외모, 옷차림 등을 의미하는 ‘룩(Look)’이 더해졌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쟁점으로부터 대중의 눈을 돌린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과거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 당시 입었던 미소니 티셔츠,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씨가 미국 도피 후 입국 당시 입었던 알랙산더 맥퀸 티셔츠와 보테가 베니터 초록색 가방, 해외원정 도박혐의를 받은 가수 신정환이 입국할 때 입은 몽클레르 패딩점퍼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최순실씨의 프라다 신발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립밤 등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을 착용한 사람에 대한 비난이나 오명과는 달리 ‘블레임룩’ 제품 상당수의 매출이 올랐다는 점이다. 몇몇 해외브랜드는 이를 계기로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해당기업은 겉으로는 쉬쉬하고 있지만, 판매량 증가에 내심 기뻐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블로그나 카페, SNS 등 인터넷상의 공간이 확대되면서, 과거와 달리 급속도로 빠르게 정보가 퍼져 매출증대로 이어졌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블레임룩’ 현상이 단기 매출증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는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기업들은 조심스럽다. 최근 최순실씨 신발로 주목받았던 프라다사는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며 선을 그었고, 최씨가 착용했던 가방과 패딩으로 추측되는 기업들 역시 자사의 제품이 아니라고 대응했다. 실보다 득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에는 일회성 입소문으로 끝날 일들이 최근에는 인터넷에 계속 남아 있어 사건이 종결돼도 지속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유명연예인이 입고 나와서 구입했는데, 이제 정유라 때문에 입기 꺼려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블레임룩’ 현상이 기업 이미지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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