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지난 5일부터 3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2017’. CES는 세계 주요 전자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각종 첨단 전자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업계 트렌드와 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다. 우수한 제품이나 기술을 넘어 미래의 삶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올해는 차세대 인공지능(AI)기술과 자동차가 결합한 자율주행차가 주요 이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결과, 지난해에 이어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는 게 참관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계 전기차 스타트업인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가장 인기를 누린 부스로 꼽혔다. 중국 검색 포털 바이두는 자국 자동차회사들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DJI는 드론 전시관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지했고, 화웨이는 CES 10개 전시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만 차지할 수 있다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자리잡았다.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CES에 참여한 3600여개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기업이다. 제조에서 콘텐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가전은 물론이고 미래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전기자동차, 드론, 인공지능(AI)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중국기업이 활약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드론의 경우 관련 참여업체의 80%가 중국기업이라는 점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LVCC 센트럴홀에는 한국기업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대기업 단 두 곳만 들어섰다. 중국의 경우 CES에 참가한 유망기업 대다수가 중소 스타트업인 것과 비교하면 판이하다. 코트라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중소기업이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고작 100여개사가 전부다. 중국의 10분의 1수준이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드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분야의 중소기업 수는 더 적었다.

중국은 최근 ‘창업혁신’을 모토로 내걸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혁신분야의 창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선전이 대표적이다. 선전시는 혁신·중소기업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5년간 50만개이상의 신생 중소기업이 탄생했다. 지난해 CES에 참가한 기업 가운데 10%이상이 선전에 본사를 둔 IoT, 웨어러블, 드론과 같은 하이테크 신진기업이다. 선전시는 매년 시에 등록된 3000여개의 과학기술 창조기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수기업에는 30만~300만위안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 선전거래소에 중소판(SME Board), 창업판(ChiNext)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적극 돕고 있다. 아울러 창업자 지원 프로세스, 전문가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수인력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해외인력도 영입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30만명의 전문인력이 선전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어가던 시대는 지났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다양한 산업군에서는 아이디어, 혁신, 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 헬스케어, 드론, 가상·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경제를 구성하는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정부의 모든 시선이 중소기업으로 향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