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후, 공공기관에서 급속도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위법성 지적은 중기이코노미 보도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 공공기관평가과 모주영 서기관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정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16년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 발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지만,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정책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결여했다”고 밝혔다.

정부 권고안에 따르면 4급 이하의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 비중을 15%(준정부기관)~20%(공기업) 이상으로 하되, 2배 이상의 차등폭을 두도록 했다. 기본연봉 차등은 4급 이하의 직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1급~3급의 기본연봉은 평균 3%의 차등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임금변동이 누적되면서 동일직급에 동일한 근속연수인 직원 간에도 점차 임금격차가 생긴다. 또 1~3급의 성과연봉 비중은 공기업의 경우 30%, 준정부기관의 경우 20%이상으로 하고, 차등폭은 4급 이하 직원과 마찬가지로 2배 이상으로 했다.

2016년 11월 기준<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는 역대 정부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어려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가 시작한 파업이 역대 최장기간인 74일만에 종료되는 등 정책추진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심각했다.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성과연봉제 확대정책은 정부의 평가와 같이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란 것이 모 서기관의 평가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책실 정윤희 정책국장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하는 성과연봉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기 때문에 노사합의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도입한 경우가 많다”며 “많은 기관에서 법정다툼과 함께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성공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운운은 현실을 외면한 억지주장”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문제점으로 ▲성과연봉제 추진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 근거 제시 미흡 ▲엄격한 상대평가방식 도입권고로 인한 부작용 우려 ▲성과지표 개발 등 공공부문 성과측정의 어려움 발생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결여를 모 서기관은 꼽았다.

◇합리적 근거가 미흡한 ‘추진 필요성’=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 등에서 공공기관의 생산성이 민간의 70~80% 수준이기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확대 추진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한국생산성본부의 자료인 ‘2011~2013년 공공기관 생산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생산성본부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공기업의 생산성을 민간 대기업과 비교한 것이다.

모 서기관은 “특정 분야 공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대기업과 비교한 수치를 토대로 규모와 업무특성이 다른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일괄적으로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책추진 근거로서 대표성·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의 근거로 정부가 제시한 간부직에 대한 성과연봉제(2010년 권고안) 정착의 경우에도 효과검증이 미비하다는 게 모 서기관의 평가다. 아울러 모 서기관은 “근거가 결여된 경우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는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고, 도입해도 시행과정에서 제도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원한 전국금융산업노조 한 관계자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낮은 생산성, 공공기관 부실이란 주장도 과장된 부분이 많지만, 그것이 임금체계 때문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당사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기관의 특성에 맞는 임금체계를 노사가 고민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엄격한 상대평가방식 권고로 부작용 우려=정부의 권고안은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를 통해 연봉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평가등급의 수는 5개 이상으로 하며 특정등급 인원이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등급별로 최소 10% 이상이 되는 정규분포 형태로 설계하는 등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을 정했다.

그러나 OECD는 2005년 보고서에서 성과급 모형에 대해 간명한 성과평가 틀을 개발하되, 평균적인 성과의 직원에 대해서는 너무 세부적인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평가의 초점은 매우 우수한 직원과 매우 불량한 직원을 구별하는데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서열화 또는 등급화는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의적 평가를 낳을 수 있는 우려가 많다는게 모 서기관의 지적이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윤희 정책국장은 “공공기관의 업무는 협업위주인데, 개개인을 서열화하는 등급을 매긴다면 협치가 깨진다”며 “결국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보다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평가 도입 자체가 평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관장에 대한 견제세력인 노조를 없앰으로써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공공성 자체를 파탄내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성과지표 개발 등 공공부문 성과측정 어려움=재무제표상 이윤을 성과로 정의하는 민간기업과 다르게 효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추구하는 공공기관의 성과를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모 서기관은 “공공기관 업무는 그 특성상 여러가지 사회·정치적 요인이 결부돼 장기간에 걸쳐 그 결과가 나타나며, 협업을 통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노력과 비례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공공기관의 사업수행 결과를 두고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통한 동기부여 및 생산성 향상 효과는 반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정책연대가 지난해 5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 국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노사간 합의 자체가 없었는데 어떻게 성과지표를 개발할 수 있느냐”고 묻고 “성과지표란 업무추진 과정에서 ‘성과’로 인정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만든 지표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또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고 노사간 합의를 전제로 개별성과급이 아닌 집단 또는 팀 성과급의 경우에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입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결여=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 및 성과연봉제 추진 점검회의 개최를 통해 매월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동시에 조기이행성과급·경영평가 가점 등의 인센티브와 미이행기관에 대한 인건비 동결 등의 페널티를 제시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했다. 그 결과 불과 5개월 만에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 서기관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사가 합의를 못한 기관은 2016년 11월 기준 48개(40.3%)다. 지난해 5~6월에 정부 독촉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 공공기관 69곳의 절반 이상인 37개 기관에서는 노동조합이 고소·고발을 했다.

모 서기관은 “지난 2016년 5월 고용노동부장관은 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책이 좌초될 수 있고, 이 경우 불필요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정부 스스로 초래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성과연봉제를 원활하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성과지표 개발 등 성과평가시스템을 구축할 때 근로자 개인과 노동조합의 참여 그리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모 서기관은 제안했다. 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공공기관 근로자의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사용자인 정부가 나서 공공기관 노동생산성, 객관적 성과지표 개발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제도의 취지와 기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도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획일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공기관 노사관계와 임금교섭 자체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성과연봉제 강행 등 정부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의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싶다면, 차라리 정부가 직접 교섭테이블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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