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김민기가 발표한 아침이슬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발표 당시 대한민국의 억압된 정치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의 운동가라는 이유로 1975년 ‘금지곡’이 됐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독도는 우리땅’은 일본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정부는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당시 많은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는 새마을운동에 방해가 되는 반사회적 가요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통행금지, 단발령, 금서… 모두 이야기로만 들어온,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먼 옛날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시국은 1970년대와 평행이론처럼 닮아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이야기, 정권의 눈에 들지 않으면 문화예술인으로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오늘의 현실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작과비평, 문학동네와 같은 진보성향의 출판사와 문예단체를 ‘콕’집어 지원 삭감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특검조사로 밝혀졌다. 이들 출판사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정부비판 성격의 도서를 출간했다는 것이 이유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손길이 출판사에까지 뻗친 것이다. 창작과비평사, 문학동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출판사이자 국민의 정서와 사상의 자양분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 출판사들이 배출한 주옥같은 작품들과 문인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출판사 뿐만 아니라 출판사 전체의 문예지 지원사업에 대한 지원금과 지원사업을 축소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검에서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고는 해도 대표적 문예지인 창비와 문학동네를 지원대상에서 빼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문예지 지원사업 전체를 손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은 문화예술인 뿐 아니라 국민들의 영혼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학동네는 공식블로그에 “문학동네는 앞으로도 글과 사유(思惟)의 힘을 아는 독자들을 믿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겠습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궁금하다. 정부가 국민의 의식과 사상 통제를 위해 권장하고자 하는 책은 어떤 것들일까. 국정교과서처럼 국정 출판사라도 만들고 싶었던 걸까. 어떤 책을 금지하고 혹은 어떤 책을 강요해도 국민들의 사유의 힘을 꺾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