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에 이어 부산지하철에서도 턴키입찰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이 낙찰자와 들러리를 사전에 정해 담합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이번에는 들러리 업체가 낙찰사의 도움을 받아 ‘부적격만 면할 만큼의’ 수준으로 설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턴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 들러리 설계, 투찰가격 등을 정하고 입찰에 응한 6개 건설사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2억원을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공사는 2008년 12월10일자로 수정공고되고 2009년 11월20일 착공했다. 준공 예정은 2016년 10월이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대우건설, 금호산업, SK건설 등이며, 낙찰사 3곳(현대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은 검찰고찰 조치됐다.

공구별 입찰결과

공정위는 지난해 10월7일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1~4공구 턴키공사 입찰과 관련해 담합 의혹이 제기돼 현장조사를 벌였다며, 이중 1, 2, 4공구에서 담합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업체들이 공사 발주정보에 따라 공구별로 개별적인 입찰참여를 준비했고, 공고 이후 공구별 참여예정 건설사들이 각각 들러리 업체를 구하는 등 개별 공구별로 담합이 이뤄졌다며, 공구분할로 보지 않는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들러리를 세우고 투찰가를 조율한 것에 더해 설계담합으로 낙찰예정사에 힘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낙찰예정사와 들러리사가 지반조사자료, 주요공법 등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들러리사는 설계부적격을 피할 최소한의 설계(‘들러리 설계’, 혹은 ‘B설계’)를 만들어, 결과적으로낙찰예정사에 비해 설계점수에서 많은 차이가 나도록 했다. 실제로 65점 만점의 설계점수에서 낙찰사와 들러리사는 6점 내외의 격차를 보인 반면, 35점 만점의 가격점수에서는 양자 간 차이는 0.19~0.36점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 6개사에 공정거래법의 입찰담합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총 122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에 대한 과징금이 48억3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진중공업과 코오롱글로벌은 22여억원과 16여억원을 부과받았다. 한진중공업과 코오롱글로벌은 적자 누적 등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과징금을 물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대우건설과 금호건설, SK건설 등 3개 들러리업체는 각각 13억원, 11억원을 부과받았다.

한편 공정위는 3공구는 업계 현황자료 및 해당업체 내부자료로 미루어 경쟁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구에서는 고려개발이 낙찰자로 선정됐고 쌍용건설은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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