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봉제거리…공동브랜드‘Vaah(바아)’ 내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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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봉제거리…공동브랜드‘Vaah(바아)’ 내세우다 1250개 봉제공장이 모인 소공인집적지…창신동의류제조 소공인특화센터

기사입력2017-01-12 20:3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골목 좌우에서 미싱소리가 들리는 창신동 봉제거리를 만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을 나와 5분 정도 거리를 걸어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여기저기서 미싱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어디 한 군데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경사진 골목길을 오르는 동안 끊임없이 나오는 소리다. 1250개의 봉제업체가 몰려있는 ‘창신동 봉제거리’다.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 가정집이지만, 곳곳에 상호가 붙어있는 어엿한 사업장이다.

창신동 봉제거리는 동일업종의 소공인들이 모여있는 ‘소공인 집적지’다.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집적지구로 지정하고 소공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방안 중 하나가 소공인특화센터다. 그리고 창신동에도 봉제업 소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창신동의류제조 소공인특화센터’(이하 창신동특화센터)가 있다.

과거 호황을 이끌었던 기술력 간직한 소공인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의류·섬유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1998년 사상 최대인 140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의류·섬유산업은 국내 효자 수출품목이었던 것이다.

창신동특화센터 윤수익 센터장은 “1960년 이후 1980년대까지 국내 봉제산업은 이탈리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은 수출을 할 정도로 호황기였다”며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건비도 올라가면서 많은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또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중국제품들이 몰려오면서 현재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창신동의류제조 소공인특화센터의 윤순익 센터장은 "과거에 비해 의류산업이 많이 위축된 상태지만, 창신동에는 호황을 이끌었던 기술이 간직돼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런 상황에서 소공인들이 홀로 대처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윤 센터장은 “국내 봉제산업 소공인들의 전국 평균 사업장 당 근무인원은 5.8명 정도며, 사업장은 35평 정도가 평균이다. 굉장히 작은 규모다. 소공인이 스스로 어떻게 해봐야지, 그런 역량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작은 규모라고 포기할 수는 없다. 소공인 집적지에 위치한 봉제업체들만 해도 업력이 30년 이상인 곳도 많다. 사업체 대표가 아니더라도 업종에 종사한지 20년 이상인 근로자들도 많다. 업계는 위축되고 있을지라도 과거 호황을 이끌었던 기술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이제는 수출이 아닌 국내에서 외국제품과도 경쟁해야 하고, 브랜드 제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기술자들이 더 나은 생산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집적지에 위치한 소공인 특화센터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동대문 도매시장 +1’ 프로젝트로 판로개척

창신동 봉제거리 소공인들의 주 유통통로는 동대문 도매시장이다. 동대문 도매시장 일대는 한때 ‘동대문패션산업클러스터’라고 불려질 정도로 기획·디자인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의류제조업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브랜드 제품과 외국제품들이 동대문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소공인들이 동대문 도매시장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창신동특화센터의 박진현 총괄매니저는 “소공인들이 시장경기가 위축되면서 연쇄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래서 새로운 판로 개척같은 걸 희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스스로 판로개척을 해보려던 소공인들도 있지만, 워낙 OEM방식에 익숙해 있다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신동의류제조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Vaah(바아)’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중기이코노미

창신동특화센터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동대문 도매시장 +1’이라는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판로개척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마케팅과 품질개선이 필요하다. 박 매니저는 “소공인 판로개척을 위해 바이어들과 접촉을 해보면, 처음엔 취지는 좋다고 하지만 결국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으로 제품을 판단한다”며 “마케팅과 품질개선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소공인 판로개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창신동특화센터는 1250개의 소공인들의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 먼저 봄·여름·가을·겨울의 라틴어 앞글자를 따 ‘Vaah(바아)’라는 공동 브랜드를 내세웠다. 공동 브랜드 아래 1250개의 소공인들이 모이다 보니 전시회를 참가하거나 바이어와 접촉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또 품질개선을 위해서 공동 인프라를 통해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공동 인프라인 CAD/CAM 등 첨단장비를 구축, 재단작업을 지원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수동재단을 위한 공간 및 연단기, 재단기 등의 장비도 무상제공하고 있다. 또 기술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술뿐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현장개선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Vaah 브랜드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했다. 전시회에서 Vaah 브랜드를 보고 업체쪽에서 먼저 입점을 제의했을 정도다.

윤 센터장은 “특화센터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지는 1년밖에 안되지만, 소공인들이 가진 기술력·역량에 부가가치가 더해질 수 있는 디자인, 유통을 접목시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창신동특화센터의 역할은 현재는 이렇게 하나, 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점점 소공인들의 역할을 키워 향후에는 소공인들 스스로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직접 마케팅과 판로개척까지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특화센터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경영교육이다. 박 매니저는 “소공인들을 만나보면 작은 규모다 보니 사업주이긴 하지만 사업을 ‘운영’ 한다는 개념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무업무를 세무사에게 맡길지라도, 적어도 이 세금이 어떻게 나왔는지, 왜 세무사가 이런 자료를 요청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형식이 아니라, 실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반응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많은 만큼 서로 다른 소공인…당장보다 장기적 안목 필요

창신동은 여성 자켓, 셔츠, 블라우스를 중점적으로 제조하는 곳이다. 반면 이들 제품을 장위동 의류 집적지에 요청하면 만들 수 없다. 기술과 장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창신동 의류 집적지 내에서도 어느 사업장은 자켓을 만드는데, 어느 사업장은 바지만 만든다. 많은 소공인 숫자만큼이나 세부적으로도 다른 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한 소공인 사업장에서 바지, 티셔츠, 자켓, 니트를 다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서울에 있는 의류제조 사업장이 1만3000여개, 종사자 수가 10만명 정도 되는데, 정부의 관심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1만3000여개의 소공인들이 영세하다 보니 지원사업 효과가 나타나고 전체 소공인들에게까지 전파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의류산업은 분명히 아직까지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다. 그리고 소공인들도 분명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