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저택의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들도 고객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2010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현재 캐나다와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등을 포함한 11개국이 영국 규정을 표준으로 삼아 시행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은 없지만 준수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기업 계열사에 대한 편법지원 등과 같은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할 수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셈이다.

지난달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라 불리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최종안이 발표됐다. 2015년 3월 코드제정위원회 출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당초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과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거래소 산하의 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민간 주도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지난해 8월 이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축이 됐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수탁자 책임 정책공개 ▲이해상충 방지 정책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 ▲수탁자 책임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및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및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보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이나 신탁업 등에 수탁자 책임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즉 투자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에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2014년 3년간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율은 2%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대의견을 낸 대부분은 대기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계 및 독립계 자산운용사였다.

기관투자자의 ‘거수기’ 행태는 최근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석연치 않은 찬성표를 던졌다. 조사가 진행중이나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제2의 삼성물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자문기구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지지부진하다. 도입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 규제 작용에 대한 부담감, 투자자의 과도한 경영권 침해 등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2014년 11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방침이 발표난 이후 아직까지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결정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방향이 나와야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여부를 정하는데, 아직 위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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