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인천·평택기지에 입항하는 LNG수송선 입출항 예선사업자 입찰과정에서 가스공사 본부장 출신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무리한 예선요율을 책정해 예선업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국회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반영한 것일 뿐 입찰과정에 어떠한 특혜도 없었고, 무리한 예선요율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예선이란 대형화물·여객선과 위험물운송선박 등을 항만에 이·접안하거나 입출항할 수 있도록 선박을 밀어주거나 끌어주는 특수선박을 말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LNG수송선의 접·이안을 위해선 4000마력급 이상의 전용예선이 최소 4척이상 필요하다. 가스공사는 LNG를 운송하는 현대엘엔지해운, 현대상선, SK해운 등 6개 국적 외항선사에 LNG수송을 위탁·운용하고 있다.

예선 작업 모습

예선이란 대형화물·여객선과 위험물운송선박 등을 항만에 이·접안하거나 입출항할 수 있도록 선박을 밀어주거나 끌어주는 특수선박을 말한다.<사진=한국예선업협동조합>

“법에 따라 지역업체로 제한해야” vs “국감·감사원 지적 따른 것”

13일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이하 예선업협동조합)에 따르면, 6개 국적 외항선사는 ‘국적LNG선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6일 인천기지 LNG수송선 예선사업을 입찰했다. 예선업을 하기 위해서는 선박입출항법 제24조제2항에 따라 항만별로 등록해야 한다.

따라서 인천항에 등록한 예선사업자로 입찰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예선업협동조합의 입장이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해 예선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6개 예선업체 중에는 마산·통영에 등록한 A예선업체가 있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동법에 따르면 예선업체가 2개 이상의 무역항에 등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1개의 무역항에 출입하는 선박의 수가 적거나 ▲2개 이상의 무역항이 인접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예선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지역 예선업자가 없는 삼척항의 경우 타지역에 등록한 예선업자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가하기는 하지만, 인천항의 경우 지역에 등록한 예선업자만 가능하다”며 “이번과 같이 타지역 예선업자를 선정한 것은 일반적이지도 않아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가스공사 수입통관팀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14년 국정감사와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 그동안 특정지역을 특정업체들이 독점해 폐해가 있으니 개선하라는 지적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선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전국으로 개방하라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예선업 입찰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한국수산개발원에 용역을 맡겼고, 공개경쟁입찰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용역결과에 따라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1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내용에 따르면, 입찰시 타지역에 등록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며 “사업을 수행하기 전까지 이전 사업장 등록지를 말소하고 인천으로 옮기면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라고 소개했다.

인천·평택기지에 입항하는 LNG수송선 예선사업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현재 마산·통영에 적을 둔 A예선업체의 입찰자격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가스공사의 설명이다.

선박입출항법 제25조에는 예선업자들이 항만별로 등록하도록 했다. 예선업협동조합은 이를 근거로 인천 예선업체들로만 입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사업수행 이전까지 등록지를 옮기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예선업 입찰시 국적 LNG선위원회가 보낸 공문.<자료=한국예선업협동조합>

부당이익 지적받은 업체…가스공사 본부장 출신이 대표

그러나 예선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예선사업자로 선정된 A예선업체의 대표가 가스공사 출신이기에 더욱 미심쩍다”고 주장했다.

2015년 감사원의 ‘한국가스공사 예선사업 관리실태’를 보면, A예선업체에 2009년부터 2014년 6월 사이 가스공사 출신의 본부장, 실장, 단장 등 8명이 대표이사와 비상임이사, 직원으로 재직했다. 예선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경우가 반복될 경우, 지역이외의 등록선박이 추가로 항만에 투입됨에 따라 예선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측은 “가스공사의 직원들이 예선업체로 재취업한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모두 해당업체에서 퇴사해 2014년 12월 이후로는 그런 직원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중기이코노미가 확인한 결과, A예선업체는 2009년 7월과 2011년 7월 각각 가스공사 본부장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현재 김모 대표이사는 가스공사 대리로 퇴직해 2003년 A예선업체 취업 후, 2013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A예선업체는 2009년 7월과 2011년 7월 각각 가스공사 본부장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현재 김모 대표이사는 가스공사 대리로 퇴직해 2003년 A예선업체 취업 후, 2013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특히 2015년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LNG수송선 하역 생산기지를 임의로 변경해 A업체는 15억원 상당의 초과수익을 얻었다. 통영항으로 가는 낮은 단가의 국내수송선을 평택항으로 돌리고, 평택항으로 가는 높은 단가의 외국수송선을 통영항으로 돌리는 방식을 통해 결과적으로 A업체의 수익을 보장했다. 이때 초과수익을 얻은 업체가 마산·통영에 적을 두고, 이번 입찰에서 예선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된 A예선업체다.

예선업협동조합측은 “6개 국적 외항선사 선주들에 대해 가스공사가 일정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물의를 빚은 A예선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공기업인 공사가 배제의견 정도는 낼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즉 주장의 요지는 예선요율 결정권을 갖고 있는 가스공사가 6개 국적 외항선사 선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수익을 얻은 업체를 공정한 시장관리 차원에서 퇴출시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예선요율은 선박입출항법 시행령에 따라 중앙예선협의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천·평택·통영·삼척 등 4개항의 예선요율은 가스공사에서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선주들만 선정할 뿐, 예선업체 입찰과정은 선주들의 몫”이라며 “자유경쟁입찰에 대해 A예선업체가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 공사가 나서 막을 명분은 없다”고 했다.

예선업협동조합은 “국내 LNG수송선(FOB)의 항차당 예선료 10만원은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한국가스공사는 “가스공사가 발주한 외국 LNG수송선(DES)까지 다 합치면, 항차당 4000만원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자료=한국예선업협동조합>

“협의회 정한 요율이 현실적” vs “부적절한 이익률 낮춘 것”

예선업협동조합은 이와함께 가스공사가 중앙예선협의회의 예선요율에 따르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선요율은 선박입출항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예선업 대표자 3명, 예선사용자 대표자 3명, 해운항만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중앙예선협의회(이하 중앙협의회)가 정한다. 예선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중앙협의회가 정한 국내 LNG선 예선요율은 1항차당(접안과 이안하는 과정) 평균 약 7600만원이다. 외국 LNG선의 경우 1억원 정도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국내 LNG선 예선요율을 10만원 기준으로 하고 있다. 중앙협의회가 정한 금액과는 천양지차다.

예선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중앙협의회가 정한 7600만원이 실제 요금에 가깝다. 가스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선주들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예선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박입출항법 제25조에서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형화주와 회항화물운송사업자는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가스공사는 대형화주이기 때문에 예선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입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중소업체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요율과 관련해 “통상적인 예선업체 이익률이 30%정도인데, 가스공사 입찰 예선업체의 수익률은 40% 후반에서 50% 중반까지 나온다”며 “이 또한 감사원이 부적절한 이익률이라 지적해 이를 맞춰 내린 것”이라고 했다.

예선업협동조합이 주장하는 10만원 기준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외국 LNG수송선의 예선료가 1억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 국내 LNG수송선은 무료로 해도 감사원이 제시한 이익률을 맞출 수 있다”며 “이번 입찰 계약기간인 2019년까지 수송계획이 모두 잡혀 있는 만큼, 가스공사가 발주한 사업을 수행하면 1항차당 4000만원의 예선료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가스공사 예선요율이…(중략)…동종업계 평균 29.92%보다 약 18%p 높은 48.27%”라며 “고액의 외국 수송선 예선료와 국내 수송선의 최저 예선료 보장으로 인한 초과이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선업체의 경영상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가스공사 생산기지별 독점 예선업체로 예선업을 영위함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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