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일년에 세 번정도 해외여행을 한다. 이번에는 유럽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액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 몇 년간 모은 적금 1000만원을 깨 무작정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게 시작이었다. 나중에 20대를 돌아봤을 때, 일한 기억밖에 없을까봐 걱정이 됐다는 A씨. 그는 여행을 통해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B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호텔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나 타르트 등 디저트를 먹는다. 유기농 밀가루, 무항생제 달걀과 같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서 그런가 가격도 제법 비싸다. 케익 한조각이 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음료까지 더하면 2만원이 넘는다. B씨는 “디저트는 일주일의 고된 피로를 푸는 나만의 방식”이라며 “월급의 20% 정도를 디저트 사먹는데 쓰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그렇게 비싼 케이크를 먹느냐는 눈총도 있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현재의 행복을 과도하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기만족과 현재를 우선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뜨고 있다. ‘욜로’는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의미다. 삶을 풍족하게 하는 다양한 활동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을 말한다. 무분별하게 대책없이 인생을 소비하는 충동과는 다르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는 점에서 일상을 아름답게, 후회없이 즐기자는 게 욜로의 핵심이다. ‘아껴야 잘 산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게 미덕이었던 세대가 보면 혀를 찰 만한 짓이다. ‘노후는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도 따라붙는다.

욜로 라이프는 ‘장기불황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 저금리 저성장기가 도래함에 따라 평생 돈을 저축해도 개인 명의로 된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2인이상 가구 평균 처분가능소득 356만2900원을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약 13년을 모아야 한다.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 5억5000만원인데, 우선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티끌을 모아도 티끌’이라는 자조도 섞여 현실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트렌드로 보기엔 함의하는 바가 크다.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는 결코 금수저가 될 수 없는 현실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군가는 현실도피라고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가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회피 아니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 나를 위로하려는 ‘욜로족’을 과연 비난만할 수 있을까? 욜로족은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젊은세대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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