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한 곳인 홍콩을 통한 역외탈세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9월27일 한·홍콩조세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홍국 과세당국의 자료는 물론 홍콩 금융기관의 계좌정보와 재무정보 등 역외탈세를 입증할 수 있는 과세자료를 양국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이기수 상무는 19일 홍콩투자청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홍콩 투자진출 세미나’에서 “홍콩은 역외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고, 세계적으로도 세율이 낮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다고 하면 국세청에서 역외탈세를 의심하고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세조약 발효로 과세당국간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면 투명성 제고로 해당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홍콩은 국내법인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액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신고액은 16조5888억원에 달한다. 2년새 약 2배(2014년 8조1243억원) 증가했다. 각종 인프라 활용이 용이하고 기업 친화적인 세율을 갖고 있어 국내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탓이다. 예컨대 국내는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10%, 20%, 22%로 3단계 차등을 두어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금액에 관계없이 모든 구간에 16.5%만 적용한다. OECD 평균인 23.4%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역외소득과 이자소득에도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관세와 부가가치세도 없다.

이에따라 소득과 자산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조세피난처로 홍콩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법인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로 인해 중국진출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홍콩을 단골 조세피난처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홍콩간 조세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조세조약의 ‘정보교환규정’에 따라 국내법인이 홍콩에서 역외탈세를 저지르는 경우 조사를 위한 자료를 홍콩 과세당국에 요청할 수 있다. 양국은 조약에 반하지 않는 한 조세에 관한 국내법의 시행 또는 집행에 관련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홍콩에 본인명의의 개인 또는 법인계좌를 가지고 있고, 매월 말 기준 잔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해야 한다.

발효 이전의 과거 조세정보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탈세혐의자에 대한 폭넓은 과세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단, 조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과세액이 과거의 과세사례와 관련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예컨대 올해 홍콩에서 소득이 발생했지만 신고하지 않아 적발된 A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한국 국세청의 조사결과 A기업은 올해뿐만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역외탈세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경우에만 과거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홍콩 금융기관이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계좌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아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 법인이나 개인이 홍콩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정황이 포착돼도 조사를 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세조약에 의해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게됐다. 

아울러 ‘상호합의절차’도 마련됐다. 납세자가 홍콩과 한국으로부터 이중으로 과세를 당한 경우 기존에는 납세자가 양국 국세청에 직접 신고를 해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만 신청하면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과 홍콩 국세청이 상호합의를 통해 납세자의 소득에 대해 이중과세 방지를 협의한다.

이기수 상무는 “‘상호합의절차’의 경우 이중과세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라고 명기돼있어 양국 국세청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며 “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4년 7월에 기서명된 한·홍콩조세조약은 조세회피와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양국간 협정이다. 한쪽 국가의 국민 및 기업은 상대방 국가에서 동일상황에 있는 상대국 국민 및 기업보다 불리한 조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의 경우 소득세, 법인세, 농어촌특별세 및 지방소득세가, 홍콩의 경우 사업소득세, 급여소득세 및 부동산임대소득이 적용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