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간 오는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지난 23일 한국지엠은 6군데 사업장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십년간 자동차 정비만 했던 정비사업자들에게 설날을 앞둔 시점에서 날벼락같은 통보였다. 한국지엠은 이번 계약갱신 거절은 회사 차원의 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지엠 쉐보레A/S네트워크는 전국 426개 정비소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한국지엠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9개 A/S네트워크를 제외한 417개 정비소는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이 위탁계약에 의해 운영하는 독립사업장이다. 매년 3월1일은 한국지엠과 전국의 정비사업자간의 위탁계약을 갱신하는 날이다.

한국지엠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이하 연합회) 이계훈 수석부회장은 2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간의 협약서는 1년짜리 노예계약”이라고 말했다. 또 “그 동안은 계약갱신이 안되면 생업이 어렵기 때문에 누구하나 회사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본 적이 없었고, 이처럼 무더기로 계약해지한 적도 없었다”며 “한국지엠의 이번 계약갱신 거절은 지난해 출범한 연합회와의 힘겨루기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갱신거절 통보를 받은 사업장은 한국지엠으로부터 2년 이내에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사업장들이다. 협약서를 보면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해당 사업장은 모두 연합회 회원이고, 이전에는 이렇게 무더기로 갱신거절을 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은 ‘정비위탁사업장 운영에 관한 협약서’에 따라 자동차의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지엠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가 불공정한 내용이 있다고 밝힌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간 업무계약서인 ‘정비위탁사업장 운영에 관한 협약서’<자료=한국지엠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

이 부회장은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은 이 협약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8월 한국지엠과 정비사업자들 사이에 체결한 협약서의 내용이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청구’를 했으며, 조만간 보완청구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연합회가 주장하는 계약내용 중 불공정한 사항은 ▲한국지엠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보증수리 ▲한국지엠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일반수리 ▲정비사업장의 이전시 한국지엠의 승인 요건 ▲한국지엠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부속규정 등이다.

정비사업자가 무상으로 보증수리를 한뒤 본사로부터 받는 보증수리 대가와 긴급출동 업무 수행 후 이에 따른 용역 등의 대가, 부품의 사용규정,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등을 모두 한국지엠이 일방적으로 정한 규정에 따르도록 돼 있다는 게 연합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약관법 제10조(채무의 이행)에 따르면 ‘상당한 이유없이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무효다. 또 동법 제6조(일반원칙)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도 무효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협약서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의 내용을 포함 그에 대한 대가 역시 모두 한국지엠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약관법 제10조 위반이다. 또 사회통념에 비춰봐도 명백하게 불공정한 계약이기 때문에 약관법 제6조에 반해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한국지엠 필드포스담당 신경균 상무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번 계약갱신 거절은 회사 차원의 규정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에 숫자가 조금 많을 뿐이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또 “이번 계약갱신 거절은 연합회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약관상의 불공정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지엠은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으며, 그 부분에 대해 상세히 얘기할 이유가 없다”며 응답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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