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디몰은 3D프린터의 부품을 판매하고, 조립매뉴얼과 함께 고객이 원하는 경우 조립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사진은 완성된 3D프린터.   ©중기이코노미

스타트업인 삼디몰은 3D프린터 부품판매업체다. 3D프린터의 부품을 판매하고, 조립매뉴얼과 함께 고객이 원하는 경우 조립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지난 3년간 약 3000명의 소비자들이 삼디몰을 이용했다고 한다. 정부가 말하는 3D프린터 시장 육성에 한 몫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을 제조·판매했다는 이유로 삼디몰을 고발조치했다.

“판매업체, 부품인증 받아” vs “제조업체, 완제품 안전인증 받아야”

삼디몰의 김민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삼디몰은 3D프린터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인증받은 부품만을 판매하는 판매업체”라며 “제조업체라는 이유로 고발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원한 국가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삼디몰이 DIY 형태지만, 통상 소비자가 한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부품만으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면 제조업체로 볼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5개의 부품으로 하나의 3D프린터 완제품을 조립할 수 있다면 5개 부품을 판매한 업체는 제조업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삼디몰이 제조업체인 경우에도 인증받은 부품만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입장이다. 김 대표는 “조립PC의 경우 같은 논란이 있었고, 판매업체는 부품 전체가 아니라 전원공급장치 하나에 대해서만 인증을 받으면 된다”며 “같은 경우를 3D프린터에 적용한다면 인증받은 부품만을 사용하고 있으니 고발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삼디몰은 “완성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부품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지만 국가기술표준원은 “개별부품을 판매해도 완성품에 준한다면 제조업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대표가 인터뷰 내내 “답답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강조한 부분은 정부의 규제 자체가 명확한 근거법률없이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고발을 당한 것이다. 그는 “국가기술표준원에 문의를 하니 사실상 이 케이스에 맞는 규제가 없으며, ‘전원을 공급하는 부품만 따로 판매하면 법을 피해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녹취록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확실한 법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며, 고발전에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시정명령이나 실태조사도 없이 고발장부터 보냈다. 3D프린터 시장을 키우겠다고 말만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3D프린터뿐만 아니라 최근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문제가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전 한차례 3D프린터 붐이 일어날 뻔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업체들을 지원해 성과가 없다보니 이제는 정부도 지원을 꺼리는 것처럼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원은커녕 차라리 그냥 놔뒀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삼디몰에 대해 관련 사항을 이미 충분히 통보했다”며 “전기제품에 대한 인증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따른다. 동법에 따라 조립PC는 전원공급장치만, 프린터는 완제품에 대해 안전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삼디몰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전도 차이 구분 어려워” vs “소비자가 사용해 사고나면 책임”

삼디몰 사건은 3D프린터라는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이다.

삼디몰은 사업장 한쪽에 소비자들이 직접 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중기이코노미

김 대표는 “아이디어의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안 하고에 따라 생각의 폭이 달라진다. 창업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데 3D프린터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3D프린터를 활용해 개별부품을 따로 생산하고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난다면, 삼디몰과 유사한 사례가 재현될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스타트업을 독려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선 필요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규제로 청년창업자의 꿈과 희망을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립PC 부품을 판매하면서 전원공급장치 부품에 대한 안전인증을 받는 것과 안전인증을 받은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는 것, 안전도 측면에서 양자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시한 안정성 기준은 삼디몰의 그것과 다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책임의 소재를 생각해야 한다. 삼디몰의 경우와 같이 부품인증을 받았더라도, 소비자가 3D프린터를 조립해 집에서 사용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은 삼디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디몰의 주장처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모델이 달라지긴 하지만, 이에 대해 기준모델만 인증을 받으면 파생모델은 등록만 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는 하고 있다”며 “작년에도 이와 관련해 규제완화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안전문제가 검증되지 않아 아직까지 유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인증받은 부품만을 판매하고 고객이 직접 조립하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인증이 필요없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DIY 제품이라도 완성품에 준하는 부품을 제공한다면, 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이 국제표준”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말만 무성 ‘3D프린터 육성’ 상용화 일조했는데
• 관련기사 ㅣ “강자 기득권 보호위해 스타트업을 규제한다”
• 관련기사 ㅣ 스타트업 신기술 막기위해 규제 이용해선 안돼
• 관련기사 ㅣ “전통산업에 맞춰진 규제로 신기술 스타트업 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