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과 관련한 세미나가 최근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제브라투자자문의 이원일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부터 있어왔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증권사인 CLSA평가에 따르면, 특히 국내기업의 경우 규율성, 투명성, 독립성, 책임감, 공정성 등 기업지배구조 점수가 아시아 국가중에서도 최하점”이라고 밝혔다.

굳이 이 점수를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우선 ‘이재용, 최태원, 이재현, 신동빈, 이건희, 정몽구’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횡령 또는 배임과 연관되지 않은 총수가 없다. 이들이 횡령·배임한 돈은 기업의 돈이며, 그만큼 기업은 손해를 본 것이다. 또 직접적인 횡령·배임은 아니더라도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처럼 기업의 이익에 반해 총수·대주주만 이익을 챙긴 경우가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의견’ 발표를 통해 “금융위의 스튜어드십 코드안은 너무 ‘상세하고 구체적인 규칙’들이 열거돼 있다”며 “이 경우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야 하는 연성 규범 본래의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초기엔 금융위가 참여했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 민간주도로 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의견이 제기돼 지난해 8월 이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축이 되면서 금융위는 빠졌다. 그 결과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에 참여했던 이원일 대표는 “지난해 말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다른 국가들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소프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주도’를 주장하며 경영계가 얘기하는 ‘공정성’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왜곡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일부 재벌총수가 통제받지 않고 독단과 전횡을 행사해 다수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는데, 기관투자자들을 비롯한 주주들이 이들의 황제적 경영을 제지하기 위해 제시한 수단 중 하나가 스튜어드십 코드이기 때문이다. ‘최순실·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벌 등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 재벌대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해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어떻게 도입하는 게 바람직한지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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