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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고철 ‘납품단가연동제’ 요구했지만 “원가 내리면 단가 낮추고, 오를 땐 반영안해”…주물공업협동조합

기사입력2017-01-30 12:1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물산업은 고철을 녹여 주형(鑄型) 속에 넣고 응고시켜서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사진=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현실화하자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제조업체 475개사 중 ‘납품단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2.7%였다. 또 ‘지난 1년 간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답한 업체는 52.0%인 반면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답한 업체는 12.8%에 불과하다. 제조원가가 오른 중소제조업체 4곳 중 3곳은 제조원가 상승분을 자체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하 주물조합)은 납품단가에 제조원가를 반영시키기 위해 지난 10년간 목소리를 냈다. 3차례에 걸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에 일정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10년간의 노력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는 있다. 특히 10년 전부터 주물조합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원가상승에 따른 ‘납품단가연동제’는 입법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중소 주물업체, 고철 공급 한계…경영수지 악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2007년부터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를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고철을 녹여 주형(鑄型) 속에 넣고 응고시켜서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을 생산하는 주물산업은 자동차, 기계, 항공, 선박, 건설, 전기·전자 등 국가 주요산업의 기초소재를 제공하는 핵심 기간산업이다. 고철을 사용한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성분이 섞인 일반고철이 아닌 주물용 고급고철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나오는 양이 한정돼 있어 중소 주물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도 한계가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주물조합의 박무창 팀장은 “국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주물용 고급고철이 부족해, 전체 주물업체 생산량에서 수입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라며 “주물용 고급고철을 공급해줄 수 있는 국내업체는 한정돼 있는데,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이 이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당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원료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대기업이 원료 공급선을 국내로 돌리고 있어 중소주물업체들은 원료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가 없어 생산량도 떨어졌고, 당연히 판매량도 하락해 경영수지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박 팀장은 “주물조합 회원사 중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그나마 규모가 크다는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3% 정도다. 그보다 작은 규모는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은 원료공급망을 확보할 수도 없으니 자생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물협동조합의 박무창 팀장은 “원가가 내려가 납품단가를 내리는 것이 시장논리라면, 원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납품단가를 올리는 것도 시장논리”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주물조합에서 산업부장관도 만나 대기업이 좀 더 수입물량을 사용하고, 중소 주물업체가 국내물량을 사용하도록 하자고 건의도 해봤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박 팀장은 “대기업도 수익을 내야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중소 주물업체들이 현재 수준의 공급량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기는 어렵다. 2010년 조달청과 수요 물량의 일부를 해외에서 수입·공급하는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주물산업계 전체를 바라보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납품단가연동제 위해 10년간 노력…현재 협의만 가능

여기에 더해, 중소 주물업체들은 고급고철 단가가 올랐는데도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어려움에 빠져있다. 박 팀장은 “주물조합은 2007년부터 납품단가의 원가연동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사이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납품단가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도급법은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조합원인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수급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원사업자와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위한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의는 수급사업자가 직접할 수도 있지만 수급사업자를 대신한 단체도 할 수 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1981년 ‘한국주단조공업협동조합’으로 출발해 현재 224개 회원사가 함께하고 있다. 1990년 단조공업부문이 별도로 분리되면서 현재의 주물조합 모습을 갖췄다. 주물조합은 주물용 선철, 경화제, 규소철의 원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있으며, 다수공급자계약을 통해 공공기관에 납품하고자 하는 회원사를 지원한다. 또 현재 단체표준 인증제도를 통해 회원사의 제품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KS표준 24종을 이관받아 최근 6개 회원사를 ‘교량받침(교좌장치) 우수조달업체’로 선정하고 ‘주물로’라는 공동상표를 수여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매 분기 주물산업 생산동향 등을 비롯한 산업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격월로 ‘주물지’를 발행해 업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박 팀장은 “이전엔 조합이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급사업자는 원청과의 갑을관계로 협의를 주도하기 어려워 개선을 요구했고, 2013년 하도급법 개정으로 ‘조합이 대신 협의를 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며 “하지만 현재법도 부족하다. 협의를 한다는 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원가상승을 반영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사례를 보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한 케이스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물조합은 2007년부터 원가변동에 따른 납품단가연동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와도 접촉하며 법을 개정하고자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다.

박 팀장은 “법으로 억지로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원사업자들이 원가가 내려가면 납품단가를 낮추면서, 오를 때는 반영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시장논리가 될 수 있냐”며 “고철가격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전기세 등 다른 원가 인상요인들도 납품단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박 팀장은 “언론을 통해 현실을 알리는 것 말고는 취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다”며 “최근 비상총회도 열었고, 주요 원사업자들에게 협조공문을 보냈다.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본 후, 개선되지 않으면 강경한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