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대표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서울에 살면서 뭐가 가장 힘드냐”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머리를 굴리던 중 퍼뜩 떠오른 게 월세다. 연말정산 과정에서 살펴보니 지난 1년간 납부한 월세액만 500만원이 넘어 씁쓸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서도 청년층(20~39세) 1인 가구 약 40%가 가계지출 비용 중 ‘주거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고 하니, 월세로 고민하는 게 기자 혼자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당시 들고 나온 공약이 ‘행복주택’이었다. 행복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층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거나 도심접근성이 높은 곳에 들어서 위치 매력도는 높지만,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저렴하다. 예컨대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송파구에서는 방 2개짜리(전용면적 41㎡) 새 아파트가 월 35만원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2015년 기준 수도권 대학생 평균월세는 42만원, 1.5~2평의 고시텔 월세도 평균 30만~40만원선임을 감안하면 저렴하다. 또 길게는 10년까지 살 수 있어 사회초년생이 목돈을 모으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교통·환경문제 등을 들어 기존주민의 반발이 거세 당초 목표로 했던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경우)’과 달리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 철도근처의 유휴지를 사용함으로써 소음 등에 노출돼 있다는 점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심각한 주거난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취지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행복주택은 대학생들이 월세를 벌기 위해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사회초년생들이 쫓겨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 불안한 ‘월세형 인간’이 되는 것을 막고자 생겨난 것이다. 이제껏 집행된 예산과 공들인 시간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그 취지가 젊은 층의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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