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기술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지원예산은 951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9억원 늘었다. 산업 전반에서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위한 각종 설명회 자리에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루고, 설명회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석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기술개발 사업을 지원받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고, 가장 어려워 한다. 올해부터는 사업계획서 분량을 10페이지 이내로 제한해 기업의 작성부담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반면 정해진 분량에 맞춰 기술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 기술개발사업 평가위원회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인 서원대학교 나관식 교수는 “우수한 기술개발 계획과 실행력을 가지고도 사업계획서 작성이 서툴러 지원사업에서 낙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기술개발사업을 지원받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계획서를 충실히 작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서 서면평가, 현장평가, 대면평가 등의 단계를 거친다. ▲서면평가는 사업계획서를 충실하게 작성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사업계획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나 평가해야 할 내용이 빠져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검증해 평점 60점 이상을 받은 과제 중 50% 내외를 대면평가 단계로 추천한다. ▲현장조사에서는 지방중소기업청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기업이 자격·역량을 갖췄는지 사실조사를 한다. ▲대면평가는 가장 중요한 본격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한개 기업당 20분 발표, 20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데, 이때도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각 기술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는 기술성·사업성·창의독창성을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대면평가에서 평점 60점 이상을 받은 과제를 심의조정위원회에 추천한다. 심의조정위원회는 추천대상 과제 중에서 종합점수 순으로 사업별 예산한도 내에서 협약대상을 확정한다.

  ©중기이코노미

나관식 교수는 “사업계획서는 정부기관에 제출해 사업기간과 그 이후에도 증빙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확성이 중요하다. 맞춤법이 틀리지 않아야 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약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기술개발사업의 기술범위는 기초응용기술이 아니라 실제로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할 수 있는 단계의 기술이다. 또 양산단계의 기술이나 이미 개발된 기술은 지원대상이 아니다. 특히 올해 기술개발사업에서 강화된 부분은 사업성 평가다. 기술개발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할 수 있느냐, 매출을 발생시키고 고용증가나 수출이 가능한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사업계획서 작성할 때 5가지 키워드를 유념하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기술수준 ▲사전준비성 ▲명확성 ▲근거확보 ▲유기적 연결 등 5가지 키워드를 유념해야 한다.

첫 번째는 기술수준이다. 국내최고 혹은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이어야 하고, 해당 기술개발로 생산된 제품이 수입 대체효과를 가져오거나 외국기업이 역설계(다른 회사의 상품을 분해해 그 생산방식을 알아낸 뒤 복제하는 것)할 만큼 현존하는 기술보다 탁월하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사전준비성이다. 해당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는 식의 설명은 곤란하다. 기술개발을 위한 기초실험 결과, 시료(샘플)를 확보하고 분석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기술개발과 관련해 인력, 장비 등 기본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에서 기술개발 상의 애로 혹은 경영상의 어려움 등 부족한 부분을 지원받으면 충분히 사업화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고 사업성이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애로점이 많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기술개발이나 연구내용, 목표 등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계획서에는 ‘목표달성도 평가항목’이 있는데 이는 사업계획서의 최종결론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 교수는 “목표달성도 평가지표는 선정평가 뿐만 아니라 과제관리와 최종평가까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며 “이 평가지표가 중요한지 몰랐다고 뒤늦게 하소연하는 지원자가 많다”고 밝혔다.

목표달성도 평가지표상의 최종 개발목표는 너무 안정적으로 설정해 기존 기술과 같은 수준이어도 안되고, 너무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달성이 어려워도 안된다. 대면평가 시 평가위원이 이 평가지표에 의구심을 가지면, 중점적으로 질문하고 추가 정보를 요청하기도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지표를 정량화·수치화해야 한다.

네 번째는 근거를 바탕으로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해당기술로 사업화할 시장의 규모와 국내외 경쟁기술, 목표설정 등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중소기업청에서 제공하는 전략기술로드맵(중기이코노미 ‘HIT! 기술이 미래다’ 기획물 참조) 등을 참고하면, 객관적인 시장동향과 기술동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나 교수는 “간혹 어떤 중소기업의 대표는 ‘이 기술은 이 분야 세계최고 기술이고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 있으며 내 말은 다 맞다’라는 식의 근거 없는 구술을 하기도 한다. 객관적인 근거없이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향후 사업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충고했다.

끝으로 앞서 언급한 모든 내용이 사업계획서 내용을 통틀어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아주 높은 최종목표를 제시해놓고 기술개발 내용이나 방법은 수준이 낮거나, 사업비 내역에 제품양산을 위한 금형제작비 등이 들어있거나 하는 등 엉뚱한 내용이 있다면 곤란하다.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연차별 목표 및 개발내용, 연차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일정 및 사업비 구성, 최종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평가항목 및 객관적 측정방법의 구성,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진 및 추진체계 등이 체계적으로 작성돼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PartⅠ은 ‘과제명’, PartⅡ는 ‘선정평가기준’ 임을 유의

사업계획서는 중소기업청 기술개발사업 종합관리시스템(www.smtech.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한다. 사업계획서는 PartⅠ과 PartⅡ로 나뉜다. PartⅠ은 팀의 기본정보, 참여기관, 참여연구원, 개발개요, 사업비 등 전반적인 내용으로 구성한다. PartⅡ에는 국내외 연구동향, 기술개발의 구체적인 내용, 결과 활용방법 등을 기술한다.

나 교수는 “경험이 풍부한 평가위원들은 과제명만 보고도 점수를 줄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사업계획서 PartⅠ에서 과제명을 어떻게 정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평가위원에게 첫 번째로 제시하는 정보이고 첫인상이기 때문에 특히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과제명은 5개의 R&D속성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5개의 R&D속성이란 ▲R&D 목적 ▲적용대상 ▲R&D 목표 ▲R&D 목표(기술) 수준 ▲R&D 단계 등을 말한다. 나 교수는 “5개의 R&D 속성 중 R&D 목표(기술) 수준이 수치적으로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미래형’, ‘초소형’과 같이 막연한 과제명이 아닌 ‘6나노미터’, ‘1밀리미터’와 같이 계량적이고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교수에 따르면, 평가위원들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사업계획서 PartⅡ다. 사업계획서 PartⅡ는 평가위원회 운영의 기초자료가 되고, 선정이후 과제관리 및 최종평가까지 전문기관과 중소기업 간 법적인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선정할 때 평가기준은 크게 창의·도전성, 기술성, 사업성 세가지다. 이 평가기준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구성해야 한다. 창의·도전성은 기술개발 과제가 현재 기술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기술성 부분에서는 기술개발 목표를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업성에는 제품을 판매할 목표시장이 명확해야하고 지원기업이 해당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 기술개발을 했는데 시장규모가 작거나 규모가 줄고 있는 시장이라면 지원받기 어렵다. 또 기술개발 후 양산·마케팅·판로개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누가 봐도 타당성 있게 투자규모를 예측해 작성해야 한다. 이와함께 사업화후 고용·수출·수입대체 기대효과를 계량적으로 제시한다.

나 교수는 “최근들어 과제 중복신청에 대한 검증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사업계획서에는 이전에 주관기관이나 참여기업 등으로 참여했거나 신청 중인 국가연구개발과제 실적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국가과제 참여 및 신청 내용을 누락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사업비 부정사용에 대한 사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사업비를 기술개발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양산 등 기술개발과 관련 없는 분야에 사용했다면, 사업비 유용에 해당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기술개발사업계획서 자료조사와 정리가 ‘반’
• 관련기사 ㅣ 사업계획서, 구체적이되 쉽고 솔직하게 써라
• 관련기사 ㅣ 부풀려도 들통…정책자금 사업계획서 정직 최선
• 관련기사 ㅣ 정책자금 설명회 ‘찰칵찰칵’ 진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