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말했습니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자꾸 잊어버려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하루라도 약을 안 먹으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얘기가 생각난 것입니다.”

매일 시간맞춰 약을 복용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스마트약통을 개발했다는 아이오틴㈜ 서병현 대표.   ©중기이코노미

아이오틴㈜ 서병현 대표는 몇 해 전 심장수술을 하고 혈전용해제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약통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일 때문에 곁에서 약을 챙겨줄 수 없었기에 휴대폰 알람도 맞춰주고 플라스틱 분할약통에 약을 담아 주기도 했지만, 아내는 종종 약 먹는 일을 잊어버리곤 했다. 서 대표는 아내를 위해 ‘곁에서 챙겨주는 약통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약 먹을 시간 등을 알려주는 ‘메디알람S’는 그렇게 태어났다.

메디알람S는 1일 3회분 약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플리케이션과 약통에서 알람이 울린다. 이 시간에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확인이 안되면, 30분 후 다시 알려준다. 이때 약 복용이 확인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해 둔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간다. 혼자 생활하는 환자나 노인환자 등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메디알람 어플리케이션에는 약학정보원에서 제공한 국내 시판약품의 모든 정보도 들어있다. 먹는 약의 성능과 부작용, 같이 먹으면 안되는 약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처방전의 QR코드를 찍어 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메디알람S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술이 집약된 헬스케어 제품이다.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약 복용 스케줄을 관리하는 ‘메디알람S’, ‘메디알람Lite’ 제품과 어플리케이션.   ©중기이코노미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엔지니어와 연구원 기획업무를 하며 18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그였다. 전자산업이나 제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지만, 서 대표는 국내외 관련 자료를 검색하며 방법을 찾아갔다. 당시 서 대표는 직장을 나와 개인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요일별로 약을 나눠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약통이 시장에 이미 나와 있었죠. 하지만 차광, 방습, 기밀, 물리적 충격 등 약통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고 정확한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약통은 마감도 허술하고 조잡하더군요. 더군다나 약통 제조에 대한 기준도 없이 일반 공산품으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아내에게 필요한 약통을 만들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장조사를 하다보니 이러한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흔히 ‘밥 반, 약 반’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노인층부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젊은층까지 시장은 열려 있었다. 서 대표는 약통관련 특허검색부터 시작해 통신인증에 대한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세계기준에 부합하는 사양들을 제품에 넣었다.

거듭된 시행착오…3년의 시간과 아파트 두채 값 투자

서병현 대표가 초기에 개발한 스마트약통은 30cm 크기로 휴대하기 불편했다. 여섯 번에 걸친 디자인 변경끝에 현재의 모습이 됐다.   ©중기이코노미

처음 서 대표가 만든 스마트약통은 30cm 가까이 되는 크기의 제품이었다. 무선통신에 대한 인증을 받고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되도록 만들었지만 휴대하기가 불편했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6번에 걸쳐 디자인을 변경하고, 회로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기술개발을 거듭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난 후에는 프로슈머 테스트를 통해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 프로슈머는 기업의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생산과 판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아이오틴은 메디알람S 외에도 하루에 한번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주일분 약통 ‘메디알람Lite’도 시판하고 있다. 또 시각장애인이나 치매환자 등을 위한 맞춤형 제품 ‘메디알람U’를 올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약통에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을 적용해 당뇨 환자 등이 간편하게 건강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가천대학교와 함께 개발 중이다.

“사업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제품 하나 개발하는데도 3년의 시간과 아파트 두채 값의 개발비용이 들었죠. 개발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두배 이상 들어 자금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세상은 오픈북 테스트”…직원·사회가 원하는 기업 만든다

전자통신 분야에서 문외한이었던 서 대표가 사물인터넷 기반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한 촉망받는 스타트업이 되기까지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발품을 판 그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오픈북 테스트죠.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다양한 분야의 ‘세상 책’을 섭렵해야 성공을 꿈꿀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하면 관련기관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한 꼼꼼함과 끈기는 반드시 갖춰야 할 사업가의 기본입니다.”

서 대표는 2014년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스쿨을 수료한 후, 2015년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사업공간과 개발비용 등을 지원받았다. 지난해에는 인천지역 엔젤투자회사인 미추홀엔젤클럽으로부터 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거래은행 두 곳에서 VIP선물용으로 메디알람s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해와 구매계약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외박람회 지원사업을 통해 아이오틴은 중국시장에 메디알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첫걸음도 뗐다. 지난해 중국 박람회에 참가한 후 중국 바이어들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아 빠르면 올 하반기 중국시장을 필두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서병현 대표와 아이오틴㈜ 직원들.   ©중기이코노미

현재 시스템 개발전문가 등 5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는 서 대표는 필요자금을 제때 조달하고, 회사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오랜기간 큰 조직의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생활하다 혼자 스타트업을 운영하려니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 그는 회사도 알리고, 판매도 해야 하고…, 대표가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투자자와 지원기관에 회사와 제품을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더군요. 사업계획서를 만드는데도 오랜시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야 했죠.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갈 것입니다.”

그는 사물인터넷에 전문화된 젊은 기업을 뜻하는 아이오틴(IOTEEN=IOT+TEEN)이라는 사명처럼 첨단기술과 함께 가는 젊은 기업이 되기를 꿈꾼다. 구글의 직장문화가 요즘 젊은 직원들이 원하는 기업문화의 모델인 것처럼, 아이오틴도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회사 또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기를 그는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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