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 가운데 기관장의 평균연봉은 1억5856만원, 상임이사는 1억3559만원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년대비 기관장(1억5036만원)은 5.4%, 상임이사(1억2672만원)는 6.9% 올랐다. 정부가 2013년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통해 임원보수지침을 내놓고 공공기관 임원 보수의 상한을 하향조정했지만 잠시 뿐, 바로 회복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2015년 적용 임금협약 인상률인 3.7%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의 2015년 연봉 평균인상률은 기관장의 경우 1.7%p, 상임이사는 3.2%p가 높다. 억대를 상회하는 임원의 임금인상률이 직원들보다 높아 임원과 직원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임금협약 인상률은 공공기관을 포함한 10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한 것이란 점에서, 또 100인 이하의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와 비교하면 임금격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들 기관 중에서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공기업 임원의 평균연봉만으로 한정하면, 임금의 양극화는 더 두드러진다. 2015년 기준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연봉은 1억8198만원, 상임이사는 1억19853만원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기관장의 평균연봉은 무려 17.8%, 상임이사는 14.5% 인상됐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 ‘방만경영’이라 비난하고 ‘공공기관 정상화’를 외쳤음에도 공기업 임원들의 평균연봉은 급등한 것이다. 민간 특히 지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했던 정부가 공공부문엔 ‘돈잔치’를 허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3년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공공기관 임원 보수의 상한을 하향조정한 ‘공공기관 임원보수지침’을 내놨다. ‘임원보수지침’ 개정을 통해 공기업 기관장의 경영평가성과급 상한을 직전년도 기본연봉의 100분의 200에서 100분의 120으로 조정하고, 상임이사의 기본연봉은 기관장 기본연봉의 100분의 80으로 제한했다. 또 공기업 상임이사의 경영평가성과급은 직전년도 기본연봉액을,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의 상임이사는 직전년도 기본연봉의 100분의 60을 상한으로 정했다.

개정된 지침이 2014년 적용되면서 2013년 대비 2014년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의 평균연봉 인상률은 각각 –6.3%, -11.3%를 기록했다. 또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공기업 기관장과 상임이사의 평균연봉도 같은 기간 각각 31.4%, 20.1% 감소했다. 공기업 임원의 연봉인상률이 평균 25.7% 삭감되는 등 ‘공공기관 임원보수지침’이 위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의 모주영 사업평가관이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정책 평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 평가관은 “2014년 기관장 및 상임이사의 연봉 감소는 보수지침 개정 외에도 2014년에 지급되는 성과급을 결정하는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부채과다 및 방만경영기관에 대한 패널티가 부여되면서 큰 폭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 “2013년 경영실적평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발맞춰 부채과다 및 방만경영기관의 성과부진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성과급 지급대상인 C등급 이상인 기관이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며 “부채가 많은 상위 10개 기관은 평가결과 C등급 이상을 받더라도 성과급의 50%를 삭감해 지급하기로 함으로써 2014년에 기관장 및 상임이사의 경영실적평가 성과급이 일시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2015년에는 부채가 35.3조원 감축됐고 복리후생비도 전년보다 1500억원을 절감했다는 사유로 2014년 경영실적평가 결과가 예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성과급을 받는 공공기관의 수가 증가하고 성과급 액수가 상향됨에 따라 2015년 기관장 및 상임이사의 평균연봉이 시장형 공기업을 제외하고 2013년 수준으로 다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 조정에 있어 ‘공공기관 임원보수지침’ 개정에 따른 효과보다는 경영실적평가 결과 및 해당 연도의 성과급 지급기준의 일시적인 변동이 더 큰 영향을 줬다”며 “2014년과 같은 보수의 하향조정은 일회성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모 평가관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될 경우, 목표했던 ‘방만경영 해소’ 정책효과는 반감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익명을 원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직장 어린이집 지원도 복리후생비로 엮여 지원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공기업 임원의 평균연봉 급증은 결국 해당기관 직원의 복리후생비를 줄여 임원에게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만경영의 근본원인은 복리후생비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없이 임기만 채우는 ‘낙하산’ 관행, 수익·효율성과 관계없이 ‘4대강’과 같이 국책사업이라면 무조건 이행하는 ‘무소신’ 경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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