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풀 약초의 재배모습. 정성들여 재배한 약초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고자하는 농부의 진심을 담은 기업이 되는 게 이풀약초협동조합의 희망이다.<사진=이풀약초협동조합>

“약초라고 하면 쓴 한약의 원료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혹은 산신령이 만병통치약이라고 광고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런 고정관념이 약초의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이풀약초협동조합 노봉래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해온 약초가 현대에 와서 의약품 원료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약초라고 하면 일반가정에서 활용하기는 어렵고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약이 아닌 식재료 혹은 차 등으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산으로 둔갑하거나 국산과 섞여 유통되는 수입약재들 그리고 중간상인의 독과점 횡포 때문에 국내 약초산업에서 소규모 약초농부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개별 농민이 중간상인, 대형 제약사들을 상대로 제값 받고 약초를 판매하는 일도 쉽지 않다. 또 판매가를 무작정 내리다 보면 다시말해 유통업체 등의 요구에 가격을 낮춰 맞추다 보면, 정직한 방법으로 약초를 키우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2013년 약초재배 농민과 유통 담당자 등 모두 17명이 모여, 농부들이 정직하게 약초를 생산하고도 제 값을 받아 판매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을 직접 만들기 위해 이풀약초협동조합(이하 이풀)을 설립했다. 노 이사장은 “약초를 재배하는 소규모 영세 농부가 많다. 이들은 교섭력이 없어서 유통업체 등에서 요구하는 가격에 약초를 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조합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노봉래 이사장은 “정말 좋은 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이풀’ 공동브랜드로 상품개발과 마케팅…시너지효과

강원도에서 당귀와 천궁 등을 생산하는 농민, 충남 청양에서 구기자·오미자를 생산하는 농민, 경북 영천에서 자소엽·곽향·도라지를 생산하는 농민 그리고 경북 영주에서 백수오·작약·건강을 생산하는 농민 등이 이풀의 조합원이다.

노 이사장은 “사과, 감자 등과 같은 농작물과 다르게 약초는 개별품목으로 사용하지 않고 여러 품목을 섞어 사용한다”며 “기후와 토지에 따라 지역마다 재배에 적합한 약초들이 다르다. 따라서 여러 지역, 여러 농가에서 정직하게 재배한 약초들을 ‘이풀’이라는 공동브랜드로 묶어 상품화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풀은 각 지역의 약초들을 모아 1차농산품 형태로 소량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를 한다. 또 효능이 맞는 약초들을 블랜딩해 다양한 형태의 약초차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오미자, 구기자, 산수유, 오가피, 도라지, 둥글레 등 20여종의 단품 약초상품들과 끓이지 않고 우려마실 수 있는 7종의 약초차가 있다. 여러 약초를 블랜딩한 티백차인 ‘2g의 휴식’, ‘2g의 배려’도 인기상품이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블랜딩 티백차 ‘페릴라민트’와 ‘시트러스필’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풀의 약초상품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풀은 기존의 판매처인 한약방, 대형유통업체, 제약회사 등이 아닌 일반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초상품들을 이풀약초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신협몰, 함께누리몰, 네이버스토어팜 등 온라인 판매처와 시내 백화점과 생협, 서울시민청 다누리매장, 36.5 노원점 등 오프라인 판매처에도 약초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유통업체를 통해 미국시장으로 수출도 했다.

‘이로운 풀’ 핵심가치는 흉내낼 수 없는 ‘정직한’ 원료

“직장인들과 40대 이상 여성들의 반응이 좋고, 선물을 받아 접해보거나 한번 구입했던 소비자가 재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노 이사장은 “지난해 카카오를 통해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면서 마케팅 멘토링을 받았다. 그 때 소비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주요 공략층 고객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우리 제품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였다”고 밝혔다.

이풀은 약초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약초생산부터 약초를 활용한 6차산업까지 약초의 전 과정을 경험하는 12주 과정 교육이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 40대 이상의 여성, 약초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등 약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조합원 농장에서 직접 현장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노 이사장은 “지금은 작은 협동조합이지만, 대형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숙제”라며 “이풀은 믿을 수 있는 약초판매회사로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산림박람회에 참가한 이풀약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이풀약초협동조합>

이풀은 ‘이로운 풀’의 줄임말이다. 땅을 이롭게, 우리 몸을 이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후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풀의 핵심가치는 정직한 원료다. 아무리 디자인이 매력적이라도 그건 금방 모방할 수 있지만, 정말 좋은 원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재배한 약초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고자하는 농부의 진심을 담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게 이풀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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