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학교정화위원회의 부결로 호텔을 건립하지 못한 사례가 서울에만 76건에 달한다”며 “신규 관광호텔 건립이 활성화된다면 호텔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 약 2조원의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관광진흥법 개정안 관련 규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호텔 진입을 허가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요지는 관광산업·호텔산업 활성화를 위해 학교 앞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한 규제를 풀자는 얘기다.
 
이에대한 정부의 반응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에서 드러났다. 청소년 유해시설만 없다면 제한적으로나마 학교 주변에도 고급 관광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유해시설이 없다면 학교 앞에 호텔을 짓게 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새누리당이 관광업 활성화를 위해 학교주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모양인데, 묻고 싶은 게 있다. 학교 앞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는지 말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국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관광의 질적인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특히 3년 안에 한국을 다시 찾는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2005년 44.7%에서 2012년에는 41.8%로 하락했다. 양적으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질적 성장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관광객들의 불편사항을 종합해 보면, 이는 숙박시설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고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호텔이 관광산업의 중요 인프라임은 부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학교 앞에 호텔을 지어 관광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두 번째는 호텔이 유해시설은 아니지만, 지금도 넘쳐나는 유해시설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교 4곳과 중고교 3곳이 몰려있는 주택가에서 신종·변종 성매매 업소가 적발됐다. 학교 정문에서 직선거리 200m 내인 정화구역에서 청소년 유해업소를 운영하면 불법이다. 교육시민단체는 학교 앞에 호텔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온갖 유해시설이 뒤따라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해주고 운영하는 호텔체인인 ‘베니키아’에서 성매매 등 윤락영업을 해오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례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베니키아 호텔 63곳 중 9곳이 지하에 유흥업소를 차리고 내외국인을 상대로 일명 ‘2차’ 장소 제공으로 성업 중이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인증해 준 호텔도 이 지경인데, 학교 앞 호텔을 짓게하되 유해시설은 제외하겠다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발언이후 ‘영혼없이’ 추종하는 정책입안자들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 경제를 옥죄는 불편부당한 규제가 있다면 푸는게 마땅하겠으나 학교 앞 호텔건립 규제를 비롯 경제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등 반드시 필요한 규제마저 없애겠다는 발상은 ‘시류타기’에 불과하다.
 
학교 앞 호텔건립 규제완화의 촉발이 서울 경복궁 옆에 있는 옛 미국 대사관 부지인 모양이다. 대한항공이 2008년 호텔을 건립하려 했지만, 해당 부지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의 학교정화구역 내에 있어, 현행법상 호텔을 지을 수 없다. 이를 ‘나쁜’ 규제라며 관광활성화를 위해 빨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여당은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 특혜시비까지 일게 만든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학교 앞 호텔 허용을 주장하는 정책결정자나 국회의원들의 집 앞’에 지을게 아니라면, 정부가 규제완화를 위해 학교 주변에도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한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학교 앞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향후 반드시 필요하고 있어야 할 규제마저 풀겠다는 전조같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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