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지인줄 아십니까.” 한달 사이 국회에서 이러한 ‘생생한’ 말을 두번 들었다. 한번은 지난달 10일에 있었던 ‘송인서적 부도사태에 따른 긴급 간담회’ 자리였고, 다른 한번은 2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 남북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였다. 두번의 발언은 공통점이 있다. 발언을 한 당사자는 송인서적 부도와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었고, 둘 다 정부를 향해서였다.

송인서적 부도는 업체 자체의 경영문제도 있지만 대기업서점과 온라인서점과의 힘겨운 경쟁에도 원인이 있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센터’나 YES24의 ‘YES24강남’ 등과 같은 변칙진출도 한몫했다. 출판계 유통구조는 개별업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급작스럽게 다가온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날 사전 예고도 없이 입주기업들에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보했다. 입주기업들로서는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그 피해액은 7000억원이 넘는다.

송인서적 부도 간담회에서 정부가 밝힌 지원책은 대출을 통한 단기적인 자금지원에 집중됐다. 이날 참석한 피해기업들은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미봉책이라고 비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피해보상액 대부분이 사실상 대출성격의 경협보험금”이라며 “사업이 재개된 경우 해당 금액을 반납해야 해 중단기간 동안의 무이자 대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인서적으로 피해 본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니다. 현재 유통구조가 유지되면 제2, 제3의 송인서적이 나올 것이 뻔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듣고 싶어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조속한 개성공단 가동을 원하고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또, 자금지원을 강조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기업인들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원하는 대책에 대해 정부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장 책임을 벗어나려 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정부의 대책과 피해기업들이 원하는 것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게 책임을 지는 정부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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