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인도의 제조업 육성정책 일환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를 넘어, 신규 인증제도를 도입해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다양한 보호무역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관절차 등을 지원할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인도정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통상연구소 이순철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주최한 ‘주요국 보호무역조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최근 인도정부는 반덤핑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뿐만 아니라 무역기술장벽(TBT), 위생규정(SPS), 관세율쿼터 등 다양한 보호무역조치를 한국산 제품에 적용하고 있어 우리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도는 세계 1위의 반덤핑조사 국가다. WTO반덤핑위원회 통계자료를 보면, 199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도가 실시한 반덤핑조사는 800건을 넘는다. 미국(593건), EU(485건)의 그것을 훨씬 웃돈다. 조사가 많다보니 실제 조치도 1위다. 같은 시기 인도의 반덤핑조치는 599건을 기록했다. 세이프가드도 42건을 기록, 세계 최대 제소국인 셈이다.

2015년까지는 이처럼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상대적으로 판정이 용이하고 단순한 조치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기존의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TBT, SPS, 관세율쿼터, 수량제한 등 여러 보호무역조치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디 정부가 제조업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낮은 국가다. 이 교수가 분석한 인도 산업구조를 보면, 서비스산업은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제조업은 15% 정도에 그친다. 무려 4배 차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소득과 구매력은 느는데, 상품이 없으니 수입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다보니 인도의 제품수출 역시 부진한 것도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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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택한 것은 ‘보호무역’이다. 모디 정부는 자국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수출 9000억달러 달성과 동시에 수입억제 및 보호라는 무역기조를 내세워 수입품의 대체상품으로 자국 상품을 고수하고, 또 자국의 상품과 경쟁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반덤핑관세를 물리는 것이다.

특히 WTO반덤핑위원회 통계자료를 보면, 인도의 반덤핑조사와 관세부과는 화학제품에 집중돼있다. 199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화학제품 반덤핑조사 건수는 353건이었으며, 실제 조치는 280건이다. 바로 뒤를 잇는 플라스틱, 가죽제품의 반덤핑조사 및 조치건수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주요 수출품목으로 꼽히는 화학, 철강 등에 대한 보호무역조치가 빈번해 한국의 피해는 늘고 있다. 한국은 중국(193건)에 이어 EU와 나란히 62건의 조사를 받아, 인도의 2위 반덤핑조사 피제소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인도는 최근 TBT와 SPS를 통해 자동차, 통신, 화장품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규제의 경우 WTO에서 명시하고 있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과 달리 자국 입맛에 맞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더라도 구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인도산 동일제품과의 차별, 신규 인증제도 인증 준비기간 부족, 관세환급절차 및 통관지연 등의 행정규제가 대표적이다. ·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의 경우를 보면, 2010년 7월 인도 통신부의 ‘안보 및 사업 지속을 위한 표준 협정’ 내용을 STC에 제기한 바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TC는 상대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WTO 회원국이 WTO TBT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미국은 이 협정이 통신서비스 공급자와 벤더간의 민간상업계약임에도 인도정부가 불필요한 검사와 인증, 기술이전 등을 요구했다는 이유를 들어 무역기술장벽 즉 TBT라 주장했다. 하지만 인도정부는 안보를 위한 예외사항으로 TBT협정과 무관하며, 홍콩장관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TBT와 SPS제도가 국제표준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와 체계를 수립, 다양한 기관을 통해 지원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대표적인 기관은 인도 표준청(BIS)이다. 품질·안정성·신뢰성을 보장하는 ISI마크, 전자 및 IT관련 강제등록제도인 CRS, 금·은·보석의 품질을 보증하는 BIS Hallmark 등 다양한 인증제도를 시행중이다.

아울러 제품분야별로 여러 기관이 규제를 담당하고 있어, 행정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ICT 및 전자제품의 경우 통신부는 주파수 관련 규제, 통신위원회는 라이선스와 관세 등 통신정책, 통신공학센터는 통신표준을 수립하는 등 기관이 각기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

이순철 교수는 “현재 인도의 TBT와 SPS는 EU와 미국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향후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인도 CEPA 개정협상을 통해 TBT, SPS관련 무역규제규정을 추가하고, 인도정부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내기업이 복잡한 인증절차와 이에 따른 과다비용 지출, 유통지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수출인증과 통관절차를 도와줄 전담기관을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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