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기존에는 보고주기가 월 단위였으나, 지난해 9월 법이 개정되면서 주 단위로 변경된다. 올해 7월1일부터는 보고기관이 주유소협회 등 석유사업자 소속 협회에서 석유관리원으로 바뀌며, 보고방법은 수기 또는 온라인에서 전산시스템 또는 기존방식 선택으로 변경된다.

이에대해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3일 경기도 안양시 석유공사 본사 앞에서도 정부의 왜곡된 석유유통시장 정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

두 단체는 “정부의 주유소 규제완화와 가격경쟁촉진 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한계주유소가 급증했고, 가격자유화 이전 2.5%에 이르던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2011년 0.43%로 급락했다”며 “정상적인 사업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유소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유사의 공급거래 정산이 월단위로 이뤄지고, 거래업체와의 정산 청구나 세무기장 등 거의 모든 업무가 월간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를 주간단위로 강화하게 되면, 사업자의 부담만 가중돼 무더기로 과태료가 부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월평균 3~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 주유소들이 정부의 과잉경쟁유도 정책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2.4%에서 0.43%까지 급감하는 등 경영난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사업주가 직접 주유하고 경영하는 상황에서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를 주간단위로 강화하게 되면, 불필요한 과다업무로 사업자의 부담만 가중돼 불평과 불만이 폭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 대해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전산화가 이뤄질 경우 마감을 마친 뒤 클릭만 하면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서 개인신상을 입력하듯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감을 마친 뒤 숫자를 검토하고 그 장부를 토대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가 경영하는 소규모 주유소 등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도 석유관리원은 전국 304개 주유소 및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방문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85%의 사업자가 이미 매일 마감을 하고 있으며, 66%는 ERP·POS·자체 프로그램 등 시스템을 이용한 전산방식 마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월에서 주간 단위로 변경된 보고주기와 전산시스템 사용에 대한 적응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주유소 협회, “주간보고해도 소용없어”

주유소협회는 수급상황보고를 월간에서 주간으로 변경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급상황의 주간보고를 불법 석유 유통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성 석유산업과장은 지난 1월 석유관리원이 개최한 ‘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 구축 착수보고회’ 자리에서 “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은 탈루세수 방지, 불법석유 유통 근절, 석유유통질서 확립 등 공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일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원들이 경기도 안양시 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수급상황 보고는 불법석유 유통근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국가의 석유수급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의 목적을 가짜석유 유통 근절로 마음대로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고주기 단축을 통해 물량의 흐름을 분석해서 가짜석유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는 것은 주유소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통계·계량학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선 일본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노상검사제 확대나 사후환급제 등 여러 대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은 전산화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며 주간보고화 등은 주무부서인 산업부에서 결정하는 정책방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행 수급상황 보고 단계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수급상황 보고는 업자→협회지부→협회중앙→석유공사→석유관리원의 단계로 이뤄져 2개월 이상 걸린다”며 “수급상황보고를 보고서 가짜석유 의심사례 등을 발견해도 조사해보면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는 전화나 팩스 등을 통해 보고를 해왔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었는데, 전산화를 하면 오류 가능성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석유관리원은 6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전산보고 희망주유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전산보고의 전면시행은 시범사업의 결과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주유소협회는 주간보고의 철회를 위해 보다 강도높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에 역행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산업부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가 철회될 때까지 집단 파업을 비롯해 더욱 강도높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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