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생산업체 A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수출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했던 A사는 연거푸 실패를 맛봐야 했다. A사는 수많은 바이어를 대상으로 회사와 제품 홍보 이메일을 보냈지만, 100통을 보내면 1~2통 정도의 회신만 돌아왔다. 그마저도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드물게 제품에 관심을 보였던 바이어가 있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래서 A사가 택한 것이 전문무역상사였다. 기술개발에 역량을 주력하고, 해외 판로개척은 전문화된 무역상사에 맡기는 게 수출기회를 확대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란 판단에서였다. 무역상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A사는 에콰도르 등 해외시장에 진출, 지난해만 16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과 생산에 치중하다 보니 수출역량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글로벌시장개척전문기업(GMD)을 통해 해외판로를 개척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정부의 구조화된 수출지원사업과 달리 GMD를 통한 수출지원사업은 해당 기업의 수출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민간전문가가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이 6일 공동으로 주최한 ‘2017년 글로벌시장개척전문기업(GMD) 사업설명회’   ©중기이코노미

GMD는 새로운 시장개척과 유망품목 발굴, 유통채널 분석, 시장진입, 통관·배송,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수출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수출전문회사를 뜻한다. 기존의 전문무역상사뿐만 아니라 종합상사·대기업 등에서 무역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자가 창업한 3년 이내 무역전문기업도 GMD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과거 수출지원체계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심이었던 탓에 개별기업이 원하는 시장의 수출 가능성이나 역량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GMD를 통하면, 기업이 원하는 제품과 시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특정 지역과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신흥시장, 온라인, 소비재 등으로 다변화 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 등 특수지역과 국제기구 조달시장, 현지 독립몰 등 공공기관 중심의 수출로는 뚫기 어려웠던 분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처음 추진됐음에도 수출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이 주무관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46개 GMD를 선정해 280개 중소기업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70개 GMD가 550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100억원이던 예산도 120억원으로 늘었다.

GMD는 5대 신흥시장[아세안, 중남미, 아(亞)중동, 서남아, 중국]과 특수시장(전자상거래, B2G)에 특화된 무역기업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해외 현지에 직영매장을 보유하고, 한국제품 구매실적이 있는 한인 유통전문회사도 포함됐다.

5대 신흥시장의 경우 전년도 수출실적(수출대행 포함)이 1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수출대행 실적은 대행계약서와 수수료수입을 근거로 직접 입증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GMD는 2년 이상 해외쇼핑몰 판매대행 경험과 실적이 있어야 하고, 전년도 서비스기업 수출실적이 50만달러를 넘어야 한다. 아울러 3년 이상의 해외 독립몰 서비스 경험과 실적을 보유한 기업으로 쇼핑몰 구축·지원을 위한 온라인플랫폼을 운영해도 자격이 주어진다. 해외 B2G를 위한 GMD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2년 내 조달시장 수출성사 실적이 있거나 양해각서(MOU), 벤더등록증 등 조달 관련 자격증명이 필요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수출초보기업으로 한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매칭기업의 범위를 확대했다. ‘글로벌 강소기업 후보군’ 등 역량 있는 유망·강소기업 발굴 및 매칭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매출액 3000억미만인 진입 3년 이내의 초기중견기업도 가능하다. 이와함께 실제 성과를 평가, 해외기업을 발굴해 매칭하는데만 4개월이 걸린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업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GMD가 수출 컨소시엄 주관단체로도 참여할 수 있다. 지역별·전문업종별 컨소시엄당 최대 30개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으며, 컨소시엄당 최대 2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아울러 GMD에 지원되는 전용자금 300억원을 마련하고 융자한도도 30억원으로 책정했다. GMD와 매칭되는 중소기업에는 시장개척비용을 지원한다. 매칭기업당 최대 2000만원이며, 수출바우처(수출지원기반활용사업) 연계를 통해 매칭한 기업은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한다.

GMD 사업자 신청마감은 오는 28일까지고, 중기청 수출지원센터 홈페이지(www.exportcenter.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GMD 사업자를 선발하면 4월경 매칭 기업신청을 받고, 5월경 GMD와 참여기업의 매칭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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