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가 지난해 5월 자율주행 중 사망사고를 냈다. 직진 중 좌회전하는 흰색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해 충돌하면서 상대편 운전자가 사망한 것이다. 강한 햇빛 때문에 트레일러의 흰색면을 밝은 하늘로 오인, 식별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게 테슬러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인한 첫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코앞이라 하지만 이와 관련된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돌발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가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대표적인 차량 센서인 레이더 기술은 100m 내외의 좁은 영역에서 차량을 인지할 수 있지만, 사람과 차를 구분할 수 없다. 또 비전 기술은 수십m 내외의 차량과 사람은 인지할 수 있지만, 외부 날씨에는 민감하다.

테슬라의 사례처럼 빛 때문에 카메라가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눈이나 비 그리고 먼지가 차선이나 사람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갑자기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한 사고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무선차량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 communication) 기술이다.

교통사고 막는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V2X’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V2X는 자동차가 유·무선망을 통해 도로 인프라 및 다른 차량과 통신하면서 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교환·공유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말한다. 주변 차량의 목적지와 경로 그리고 인프라가 구축된 도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함으로써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V2X를 적용하면, 센서가 인식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가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로 급브레이크를 밟는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급브레이크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변 차량에 전달하고, 주변 차량이 이를 인식한다면 차량의 연쇄 추돌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최적의 경로를 탐색,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어 자동차 배기가스도 줄인다. 차량과 차량 사이의 무선통신(V2V), 차량과 인프라 간 무선통신(V2I), 차량 내 유무선 네트워킹(IVN), 차량과 이동단말 간 통신(V2P) 등의 기술을 포함한다.

V2X는 차량전용 근거리 무선통신인 DSRC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초기 DSRC는 전송거리가 짧고 데이터 전송량에 한계가 있어 통행요금 지불시스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5.9㎓ 주파수를 사용, 200㎞/h의 주행 속도에서 1㎞까지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최대 27Mbps)할 수 있는 웨이브(WAVE)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각국 차량정보통신·안전장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V2X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DOT)는 2011년부터 ‘Connected Vehivl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 하반기부터 V2X 기술을 적용한 ‘Safety Pilot’을 실시중이다. 이미 도로현장에서 V2V, V2I 통신 테스트와 기술 검증을 마쳤으며, 향후 모든 차에 안전장치로 모듈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GM, 포드, 델파이(Delphi) 등 세계적인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과 함께 MTC(Mobility Transformation Center)를 미시간대학교에 설립, 공동으로 V2X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민간업체·연구기관 등이 함께 CVIS, SAFESPOT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주관하는 V2X의 보안을 위한 프리저브(Preserve) 프로젝트가 있으며,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V2X 개발 프로젝트인 C2C-CC(Car-to-Car Communication Consortium)도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ITS재팬 사업을 통해 도로교통 정보를 차내로 실시간 제공하는 차량정보통신시스템(VICS), 운전안전보조시스템(DSSS)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의 경우 2012년 국토교통부에서 ITS의 개발 및 보급을 촉진해 저비용·고효율 미래형 스마트 교통을 구축하기 위해 ‘자동차·도로교통 분야 ITS 계획 2020’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첨단 IT통신과 자동차 및 도로기술을 융합해 빠르고 안전한 지능형 고속도로를 개발하는 ‘스마트하이웨이’ 사업도 있다. 이를 위해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기준으로 수원, 신갈 나들목까지 약 11㎞ 구간에 시범도로를 구축했다. 올해부터는 5년간 총 1455억원의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8대 핵심부품과 시스템 개발을 지원한다.

이와함께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자동차기술학회(SAE),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 학술단체들은 V2X 표준에 대한 용어와 필수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등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LG전자가 개발을 주도한 ‘LTE기반 차량대 차량 통신(V2V) 기술’이 글로벌 표준규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5년 자율주행차 시대?…보안 등 해결과제 산적

앞으로 이러한 V2X 기술이 발달하면서 교통사고율과 인명피해를 줄이고, 원활한 교통흐름을 유도해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미래부창조과학부는 2025년 자율주행차 통행체계가 완성되면, 고속도로 사망률이 절반으로 줄고 교통사고 비용도 약 5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용화에 앞서 여전히 네트워크 인프라 미비, 해킹 및 정보 유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현재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 대부분은 특정 자동차나 플랫폼 업체가 단일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도로의 실제상황을 100% 반영하기 불가능하고, 모든 운전자에게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V2X는 실제 도로 인프라를 활용해 모든 차량에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협력해 기술표준 등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정밀지도의 업데이트 주기를 충족하기 위해 완성차, 부품업체, 지도전문업체 등 관련한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V2X는 무선통신이다보니 차량 간 통신메시지를 도청할 수 있다. 이로인해 개인정보나 특정 소프트웨어의 기밀도 유출될 수 있다. 통신망을 해킹한 해커가 교통정보를 임의로 조작해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끔찍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정보보안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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