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뽑을 수 있는 뽑기방이 동네에 두 곳이나 생겼다. 번화가인데다, 공간이 좁은데도 인형 뽑는 사람으로 제법 북적인다. 오가며 슬쩍 들여다보니 ‘뽑히기나 할까’ 싶은 커다란 인형에서부터 손바닥 반만한 작은 인형까지 크기와 종류도 여러가지다. 20~30대의 젊은 층이 주요고객이다. 한번 뽑기를 시도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원에서 1000원 정도하니 껌 한통 가격과 비슷하다. 운 좋게 인형을 뽑은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형뽑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5월 전국 33곳에 불과했던 뽑기방은 12월 880곳으로 약 26배 늘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운 좋으면 지출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인형을 얻을 수 있어 인기다. 비용도 저렴하니 몇 번 실패해도 부담이 적다. 적은 돈으로 보상도 생기니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인형뽑기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닌 듯 싶다. 몇 천원 수준의 저렴한 물품, 드러그스토어의 할인품 등 ‘소소한’ 낭비의 대상은 주변에 무궁무진하다. 젊은 층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이러한 소소한 낭비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2030세대의 자기위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황과 취업난이 이어지고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지갑이 얇아진 젊은 세대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취직을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적은 돈이지만 나를 위한 사치를 하며 현재의 즐거움을 얻는 소소한 낭비. 이를 그저 한번 지나쳐 가버릴 유행으로 인정하기에는 현실이 마뜩잖다. 뽑기 기기 안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인형의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구직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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