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폐업 후 동일업종으로 재창업하는 ‘회전문창업’이 심각하다.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경쟁이 심한 음식점업종과 소매업종의 경우 폐업한 10곳중 6곳 이상이 다시 같은 업종으로 문을 열고 있다.

회전문창업은 ▲과밀분야 과잉진입 ▲창·폐업 반복에 따른 자산소진 ▲경쟁력 한계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망업종을 제시하고,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전환비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 남윤형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최로 8일 열린 ‘소상공인 보호와 경쟁력강화 해법 모색’ 세미나에서 “소상공인들은 폐업 후 재창업시 기존업종을 선택하고, 서비스업의 경우 업종전환시 다시 과밀분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회전문창업 때문에 폐업 소상공인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多産多死’의 특성이 있고 과당경쟁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소상공인 평균 창업률은 15.9%이며, 2006년부터 2014년 사이 평균 소상공인 폐업률은 13.8%다. 전체 소상공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만큼 폐업 소상공인 수 또한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폐업 소상공인 수는 2006년 58만4000개에서 2013년 64만9000개로 증가했다.

폐업하면서 평균 1500여만원 부채 떠안아

소상공인들은 월매출액이 1051만원, 영업이익이 112만원 정도면, 폐업을 한다. 영업이익 112만원은 2015년 기준 최저임금인 117만원 보다 낮다. 소상공인의 순수 폐업비용은 138만원이다. 집기처리 47만원, 인테리어철거 16만원, 처분수수료 44만원 등이 필요하다. 권리금은 투자당시 대비 46% 정도를 회수하고 있다. 창업할 때 평균 권리금인 589만원을 지불하고, 폐업할 때는 268만원을 회수해 321만원의 권리금 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폐업을 할 때 평균 1588만원의 부채를 떠안아 재기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중소기업연구원 남윤형 연구위원은 “회전문창업으로 폐업 소상공인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남 연구위원은 “음식점업이나 소매업과 같은 과밀분야에서 순환하며, 재창업을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소진하고, 비전문분야로 창업함으로써 경쟁력의 한계를 보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폐업·재도전 정책 확대하고 업종 전환비용 적극 지원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2016년 경영실태 및 2017년 전망’ 조사를 보면, 지난해 경영수지 악화를 경험한 소상공인은 전체의 72.6%였다. 올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상공인은 66.2%였다. 경영악화의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 및 판매부진’, ‘정국혼란, 경제혼란’, ‘소상공인간 경쟁심화’ 등을 꼽았다. 또 경영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소상공인들은 휴·폐업이나 사업축소를 고려하고 있었다.

따라서 남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의 회전문창업을 막기위해 ▲소상공인 폐업·재도전 정책 확대 ▲지역 수요 및 공급기반 과밀해소 ▲업종전환 비용을 고려한 지원 등을 제시했다.

◇소상공인 폐업·재도전 정책 확대=정부는 지난해 소상공인의 폐업과 재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75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희망리턴패키지, 재창업패키지, 사업전환자금, 임차보증금안심금융 등이 주요 사업이다. 남 연구위원은 “지난해 투입된 752억원의 예산은 소상공인 지원기금 2조원의 3.7%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쇠퇴기’라고 느끼고 있는 소상공인이 52.4% 즉 절반을 넘고 있음을 감안하면, 폐업 및 재도전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책 및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역 수요 및 공급기반 과밀해소=지역에 따라 상대적 수요가 높은 업종을 파악해 재창업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남 연구위원에 따르면 도소매업의 경우 서울보다는 인천이나 울산이 유리하고, 숙박음식점의 경우 제주보다는 인천이나 대구가 유리하다. 즉 인구(수·증감·이동), 소득 및 소비 등 수요측면, 사업체·종사자 등 공급측면, 관광지·산업도시 등 지역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창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전환 비용을 고려한 지원=소상공인들은 폐업 후 품목이나 지역을 ‘약간’ 변경하는 수준으로 동일업종에서 재창업을 하는 경향이 짙다. 유망업종으로 전환해 재창업을 하려고 해도 실질적인 경제적 비용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필요한 시간, 노력, 관계, 심리적 불안감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망업종으로 전환하는데 추가로 필요한 비용 즉 재무적 전환비용, 절차적 전환비용, 관계적 전환비용 등을 보조·융자 지원해 부담을 줄여주고, 업종을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남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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