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가 늘고 있다. 불황형 소비란 제한된 구매력으로 제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를 말한다. 개별 가구의 소비여력이 줄고 있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초저가’ 상품 구매가 대표적이다. 1000원~2000원 사이의 대용량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빽다방은 2014년 24곳에서 지난해 412곳으로 증가했고, 생과일쥬스전문점 쥬씨도 2015년 8월 100곳에서 지난해 4월 500곳으로 늘었다. 한달에 50개, 하루에 1~2개꼴로 생겨난 셈이다.

‘B급 제품’도 인기다. ▲약간의 스크래치가 생긴 가구나 가전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 ▲흠집이 있거나 볼품없는 모양의 과일 등이다. 외관 때문에 가격은 저렴하지만 실제 사용하는데 또 맛에는 차이가 없다. 실용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강조하며 브랜드 자체를 없앤 PB상품(자체제작상품)이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8.3%에서 지난해 20.0%까지 높아졌다. CU는 2014년 대비 2015년 PB상품 매출신장률이 28.9%였다.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고가의 내구재 소비 대신 소비할 수 있는 한도에서 일상적인 소비재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저가의 생활용품유통매장으로 많이 알려진 다이소는 10년 전 2006년 말 전국에 300곳에 불과하던 매장이 지금은 1150곳으로 늘어났다. 백화점 대비 저렴한 로드숍의 화장품 매출액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불황형 소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비재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행태 변화에 맞춰 상품의 실용성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판매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단기적인 행사대신 가계부채 연착륙, 공공요금 및 주거비 인하 등의 정책을 통해 가구의 소비여력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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