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식화하는 등 보호무역기조를 분명히 함으로써 보호무역조치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덤핑 등 무역규제로 인해 선진국 수출이 줄어들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신흥국 경기가 둔화돼, 우리나라로선 두 시장 모두 수출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따라서 미국에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받은 경우 연례재심, 항소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해 피해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美 트럼프發 보호무역조치 증가…韓 ‘철강·화학’ 빨간불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은 중성장시기로 들어서면서 과잉생산 제품을 해외로 수출, 경제성장동력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으로의 철강수출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값싼 철강제품이 수입됨에 따라 미국의 철강산업은 직격타를 맞았다. 이에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규제하면서 모든 국가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해가는 추세다. 2013년 11건이었던 수입규제 부과건수는 지난해 1~9월 기준 이미 36건을 넘어섰다. 3년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가 대표적이다. 덤핑이란 특정 수출자의 물품이 수출국의 국내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덤핑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덤핑관세는 국가 또는 수출자에게 덤핑마진만큼 부과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수출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해 해당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부과되는 관세다. 보조금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미국은 총 353건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총 1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각각 102건, 38건이다. 이어 인도(27건), 대만(23건), 한국(20건), 일본(16건) 등의 순이다. 품목별로는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부과건수가 171건으로 4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기타 공산품(64건), 화학·의약(47건), 금속·광물(24건)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제 등 철강제품과 화학제품이 많다.

미국은 또 미국에서 생산해 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외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원가 공제를 금지하는 국경조정세(BA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내 제조설비 등과 같은 ‘파이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우 미국산 철강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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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마진을 산정하는 미 상무부는 피조사기업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향후 ‘불리한 이용 가능한 정보(AFA, Adverse Facts Available)’ 규정을 보다 공격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AFA는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미 상무부가 보강자료없이 제소자가 주장하는 가장 높은 덤핑률 또는 보조금률을 추정·적용할 수 있게 한 법이다. 지금보다 덤핑마진율이 높게 산정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게다가 보호무역이라고 항의하기 어려운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규정(SPS) 조치도 늘고 있다.

관세조치 받은 경우 연례재심, 신규수출자 심사 이용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받은 경우에는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해 피해금액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구제수단으로는 연례재심, 신규수출자 심사, 미국 국제무역법원(USITC)에 항소, WTO 제소 등이 있다.

미국은 매년 상계관세와 덤핑방지관세의 확정 및 정산을 위해 연례재심을 한다.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받은 경우 덤핑률과 보조금률이 연방관보에 실리는데, 재심절차는 덤핑률과 보조금률이 연방관보에 게재된 뒤 1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연례재심을 받은 업체에는 새롭게 산정된 관세예치율이 부과된다. 이후 매 5년마다 일몰재심을 시행하며, 이때 산업피해가 지속되는지 여부 등을 심사해 해당 조치를 지속하거나 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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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수출자가 관세조치를 받았다면, 반덤핑관세의 경우 신규수출자는 반덤핑 조사기간에 해당물품을 수출한 기록이 없어야 한다. 또 그 기간 동안 수출한 수출자의 계열사가 아니어야 한다. 상계관세의 경우 신규수출자가 해당 상계관세 조사기간에 해당물품을 수출한 기록이 있어야 하며, 그 기간 동안 수출한 수출자의 계열사가 아니어야 한다. 이와함께 수출국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질문서에 답변하는데 동의해야 한다.

연례재심과는 별개로 덤핑률과 보조금률에 불복하는 경우, 상무부 또는 무역위원회의 재심을 받을 수도 있다. 재심신청은 상무부나 무역위원회에 하지 않고,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항소의 형식으로 제기해야 한다. 재심을 통해 기준 허가치 이하의 덤핑률 또는 보조금률을 받아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향후 연례재심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상무부 또는 무역위원회의 재심판정(형식은 미국 국제무역법원의 항소판결)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3~4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재심판정(항소판결)이 나올 때면, 첫해의 연례재심 결과가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례재심 결과의 효력은 재심판정(항소판결)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덤핑률과 보조금률에 불복하는 경우 연례재심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후의 방법은 WTO에 제소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무역구제 정책이나 법 그리고 집행방법이 WTO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소할 수 있다. WTO에 제소하는 경우, WTO 회원국의 ‘정부’를 제소주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기업은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기업이 미국으로부터 반덤핑·상계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한국정부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WTO 제소결과 구제를 받는 경우에도 구제범위는 정산되지 않은 물품에만 적용된다. 이미 정산된 물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이나 규칙을 만들어 해결하거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손해를 입은 기업은 WTO 제소에 앞서 해당 물품을 정산하지 않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포스코아메리카 이정운 변호사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트럼프 정부의 변칙적이고 극단적인 통상정책은 법적 대응보다 외교적 대응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미국 내 투자를 모색하고 수입자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보호무역조치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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