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떠나도 좋은 계절이다. 거친 겨울바람을 이겨낸 봄 풍경에 마주치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모두 반갑다. 온 가족이 손잡고 떠나는 수목원에는 봄날의 요란한 색 잔치, 꽃 잔치가 펼쳐졌다.

한택식물원 무스카리군락   ©상상출판

아지랑이가 신기루처럼 피어오르는 봄날에는 무작정 나서자. 푸른 바다도 좋고 바람 부는 산도 좋다. 하지만 하루 나들이로 온 가족이 동참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터. 집을 나서 1시간 정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고 하루를 묵지 않아도 좋은 식물원이라면 금상첨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을 나서듯 다녀올 수 있는 식물원에서 봄기운을 만끽한다면 새싹이 돋는 것처럼 기분이 절로 좋아질 것이다. 

 

경기도에는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식물원이 많다. 그 중에서도 동양 최대의 테마식물원을 자랑하는 한택식물원이 이번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용인시 백암면의 비봉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 식물원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 20여개가 넘는 테마 화원으로 꾸며져 있고 비봉산 자락 아래 만들어진 넓은 대지에 우리나라 자생식물 2400여 종을 비롯해 총 8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면적도 넓고 종류도 많아 대충 훑어보는 데만도 두세 시간이 훌쩍 넘는다. 규모가 워낙 넓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와도 번잡스러운 느낌이 없다. 조용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은은하게 피어난 야생화를 감상하는 일은 그 자체로 느긋하면서도 한적한 데이트가 된다.

자연생태원 금낭화   ©상상출판

식물원의 총 규모는 20만평, 일반인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모두 7만여 평으로 29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야생화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그중에서도 자연생태원은 비봉산과 계곡의 자연림이 어우러진 코스로, 이곳에서만 1000여종의 우리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피어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모습이라 더 매혹적이다. 전시원들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 또한 연인을 더욱 반기는 듯하다.  

호주온실은 한택식물원의 트레이드 마크다. 꽃의 색이 현란하고 이국적인 호주의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디카로 찍으면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유칼립투스와 바오밥나무 등 낯익은 이름의 호주 나무와 식물을 직접 만난다. 바오밥나무 밑의 어린왕자 앞에서 기념사진 한 컷!

허브식물원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다. 온실에 들어서면 허브향이 은은하게 먼저 반긴다. 화단 위쪽에 다양한 허브가 심겨 있고, 앞쪽에는 식충식물이 호기심을 일으킨다.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벌레잡이제비꽃 등 100여 종의 다양한 식충식물을 볼 수 있다.

구근원은 가족끼리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필수 코스. 주변의 나무와 어우러진 멋진 공간이다. 마침 엄마들과 함께 나들이 온 꼬마들을 만났다. 서너 살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수선화를 지나간다. 청초한 수선화만큼 순수한 아이들이다.

호주온실은 한택식물원의 트레이드 마크다. 바오밥나무 밑의 어린왕자 앞에서 기념사진 한 컷!   ©상상출판

구근원은 가족끼리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필수 코스다. 구근원 체험학습 모습.   ©상상출판

깽깽이풀도 눈여겨 보자. 이름은 촌스럽지만 꽃의 모양과 색에 홀딱 반했다. 멸종 위기의 식물로 지난해 10월 깽깽이풀의 자생지 복원 사업을 통해 이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용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만 서식한다. 3월말에서 4월초에 꽃이 피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 

한택식물원 곳곳에 쉴 수 있는 쉼터가 잘 만들어져 있다. 도시락을 싸와서 먹어도 될 만큼 충분히 넓은 공간이지만, 음식물 반입은 금지돼 있다. 특히 과일은 식물의 뿌리를 삭히는 데 치명적이기 때문에 절대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간단한 음료나 추러스 등을 먹을 수 있는 매점이 식물원 내 두 군데가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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