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또 한번 당명을 바꿔 14일부터 적용한다고 한다. 13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기존의 새누리당을 버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한 것이다. 기존의 당명은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새 당명은 보수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대한민국의 국호인 한국을 더해, 보수정당이 지향하는 핵심가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반영했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설명이다. 이번 당명 변경을 통해 ‘개혁하는 보수’를 보여주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당명 변경이 ‘박근혜 대통령 지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던 만큼, 국정농단 등 각종 의혹과 선을 그어야만 향후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과거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선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다. 그때도 쇄신과 개혁을 내세웠지만, 예나 지금이나 당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수보다는 수구, 개혁보다는 기득권을 고집하는 정치가 떠오른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다.

당명을 바꿨어도 새누리당 아니 자유한국당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최근 일련의 행태를 보면 알기에, 성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잘못을 하면 반성하고 쇄신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거 때나 아니면 무슨 사건이 떠져나올 때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무릎꿇는 연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 당에는 여전히 탄핵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두둔하면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세력이 있다. 국정농단에 눈감은 내부 구성원조차 어찌할지 모르면서 무슨 ‘진정한 보수’,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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