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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광주 부평…복합쇼핑몰 때문에 전국 몸살 유통재벌과 골목 갈등…소상공인 보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해야

기사입력2017-02-14 20:1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지난 2011년 홈플러스 합정점을 반대했지만 입점을 막지 못했고, 이번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이 입점한다는 소식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 지난 2011년 저녁 8시가 되면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밝히는 ‘촛불시장’을 열었다. 홈플러스 합정점을 반대하는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마포구의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2011년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1년 가까이 반대하다, 시장에서 많이 파는 16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홈플러스와 2013년 2월 맺은 바 있다. 그리고 4년 뒤 2015년, 망원 ‘촛불’시장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지역주민도 반대했지만…복합쇼핑몰 입점 막을 방도가 없다

복합쇼핑몰이 시장 인근에 들어서면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포구 주민대책위원회의 조영권 정책위원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복합쇼핑몰 피해사례 발표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촉구 대회’에서 “마포에서는 2011년 홈플러스에 이어 2015년 롯데와 두번째 싸움을 시작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홈플러스 합정점의 경우 상인들이 입점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돼 건물이 다 올라가고 물건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반대운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입점을 막지 못했다”며 “이번 롯데복합쇼핑몰은 롯데가 부지를 구입하고 사업계획서를 낸 후 알게 돼 그나마 조금 일찍 시작됐을 뿐”이라고 했다.

복합쇼핑몰이 시장 인근에 들어서면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재벌복합쇼핑몰 피해사례 발표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촉구 대회’가 열렸다. ©중기이코노미

광주에서는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할 광주시장이 오히려 재벌기업에 복합쇼핑몰 입점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시민대책위 김동규 위원장은 “윤장현 광주시장이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숙박시설이 부족해 신세계에 호텔을 지을 것을 요청했고, 신세계는 호텔만으론 수익이 부족하다고 해 복합쇼핑몰 입점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신세계는 2015년 5월 특급호텔, 면세점 등을 포함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개발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동규 위원장은 “계획대로라면 축구장 30개 크기의 복합쇼핑몰이 광주 중심부에 자리잡게 된다”며 “MOU체결 후 지역상인들이 국회도 찾아다니며 목소리를 냈고,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광주시에 MOU백지화 공문을 보낸 후, 입안제안서가 취하됐다. 하지만 올해 2월 재차 입안제안서가 제출됨으로써 복합쇼핑몰 입점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이날 제시한 자료를 보면, 신세계 복합쇼핑몰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기간을 훌쩍 넘은 2022년 완공이 목표다. 초기 복합쇼핑몰 입점 명분이 사라졌는데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시에 입점이 예정된 신세계복합쇼핑몰 부지(빨간선)는 외곽순환도로(파란선)를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한 부평구 상권에 더 위협적이지만, 부평구로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중기이코노미

인천시 부평구는 인접한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천시 신세계복합쇼핑몰개발사업은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나들목 인근 영상문화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인데, 김만수 부천시장의 공약이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곳은 부천시 보다 부평구 상권에 더 위협적이지만, 부평구로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부평구청 경제지원과 안성봉 과장은 “부천시 신세계복합쇼핑몰 개발사업 부지를 보면, 외곽순환도로를 경계로 부천시 보다는 부평구 소상공인들에게 더 영향을 미치는 위치”라며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입점과 관련, 관할은 자치단체장 의견이 절대적이고 인접한 자치단체는 협의만 요청할 수 있다. 협의는 ‘하는’ 시늉만 하면 끝이다. 현행법으로는 부평구 소상공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하자고 하면 통상마찰 주장, 핑계다”

마포, 광주, 부평 등의 사례를 정리하면, 우선 복합쇼핑몰 입점계획이 있어도 소상공인들이 이를 사전에 알기 힘들고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는 지자체 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까지 영향을 미쳐, 피해를 입는 지자체가 반대의견을 표명해도 그것 뿐이다. 다시말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기위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할 내용이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시민대책위 김동규 위원장은 “MOU백지화 공문을 보낸 후, 입안제안서가 취하됐지만 올해 2월 재차 입안제안서가 제출됨으로써 복합쇼핑몰 입점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민생경제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자고 하면, 늘 나오는 반대논리가 통상마찰”이라며 “외국기업을 우리기업과 달리 차별해서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면 통상마찰 여지가 있지만, 똑같이 기업규모로 적용하면 차별대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일제를 도입할 때도 통상마찰이 바로 생길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로 인한 문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핑계”라고 강조했다.

마포구 주민대책위원회의 조영권 정책위원장은 “2011년 당시 홈플러스 입점 반대는 시장상인과 홈플러스만의 갈등이 아니었다. 당시 지역상인은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입점반대 운동에 동참하며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며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지역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유통업체 입점 문제는 유통재벌과 지역경제·골목경제와의 싸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