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국갤럽이 지난달 18일~19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의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9%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인식(75.9%)은 지난해 2월 한국갤럽이 유사한 내용을 조사했을 때 나왔던 부정적인 인식(33%)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해 42.3%는 ‘남북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33.6%는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응답자의 75.9%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봤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33%→75.9%)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이 계속되고 있어, 제재조치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 남북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후에 동북아 정세는 더욱 악화됐다”며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강행되면서 제재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에도 핵실험 등 남북 간 강경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것을 볼 때 폐쇄조치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오히려 예전엔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통로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폐쇄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갤럽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중 54.6%가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전면중단 지속’을 지지한 응답자는 34.7%였다. 연령·지역·이념적 성향에 따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개성공단 재개에 동의한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이와 같은 결과는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혀 개성공단 사업 재개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공공단 사업 재개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지난 12일 북한이 또 다시 중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를 단행, 단시간 내에는 어렵겠지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다. 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6%가 남북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민 대다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재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남북간 대화와 협상채널은 열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북정책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 또한 공감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협상 타결사례가 보여주듯이 제재와 협상이 병행될 때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 또한 “제재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전면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1년, 개성공단 사업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인가. 단기간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성공단 사업 전면중단에 따라 남북한 정부의 대립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직접적인 손해를 본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정부와의 갈등 또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대한 유엔안보결의안 위반 논란과 무관하게 대북제재에 강경입장을 보이는 국제사회 움직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밖에 갤럽 여론조사 결과,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찬성하는 38%에 달하는 국민도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돼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목적 이외에 개성공단 사업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경제·사회·문화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두 ‘국가’가 하나로 되기 위한 최소한의 접점이 개성공단이다. 지난 2004년 12월 남(자본)과 북(노동력)이 만나 ‘개성냄비’를 출시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기 했지만 10여년을 버텼다. 개성공단이 돌아갈 때 ‘북한의 위협’이 덜했다는 경험칙에 비춰 보더라도 개성공단 사업은 재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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