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할 순 없으나 올해 상반기 중 예상되는 대선일정을 감안한다면, 이번 2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최소 3개월 이상 국회가 문을 닫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에 대해 3월13일 즈음 헌법재판소가 인용결정을 하는 순간, 정치권과 국민들의 눈과 귀는 모두 대통령선거에 쏠린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대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2개월 이상의 대선기간 동안 국회의 권능이자 책무인 입법기능은 멈춰선다. 탄핵국면이란 엄중한 시기에 상당 기간 ‘방학’에 들어간다는 점을 명심, 상법개정안을 포함해 서민보호 관련 법안을 하나라도 더 입법해 줄 것을 국회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상상과 억측에 의한 억지궤변 등을 동원하면서까지 재계 등은 경제민주화법안인 상법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른정당을 포함한 야권연대를 통해 최단기간내에 이들의 공세를 무력화시켜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임시국회에 계류된 법안 중에는 상법개정안 못지않게 영세상인과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이 다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다.

16일 현재 국회에는 상인의 생존권·영업권보호 등을 위한 상가임대차법 10개 개정안 그리고 서민주거안정 및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법 23개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임차보증금 또는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고, 임차인에게 재계약 갱신청구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계약과 관련한 분쟁 중 가장 많은 유형이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이다. 권리금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법상 임대차계약 보호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내 시설설치, 상권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 등 전재산을 털어서 투자한 경우, 임차인이 5년이란 단기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어렵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들 임차인 즉 상인들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적정한 기간을 보장하면 될 일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까지 사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임대차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는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 발의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보면, 5년 한도로 제한된 전체 임대차기간이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에 따르면 10년으로 연장되고, 같은 당 박주민 의원안은 무기한이다. 이들 두 의원안 모두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차임을 연체하는 등 8가지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임대인은 임대차 갱신청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또 박 의원안에 따르면 9%인 현행 임차료·보증금의 증액 상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배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 이외 지역별로 정해진 보증금(서울시 4억원 이하, 광역시 2억4000만원 이하) 이하 상가건물에만 적용되던 상가임대차법이 모든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으로 확대 적용된다.

상가임대차법에만 적용되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이 주택임대차법에도 도입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윤후덕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계약 갱신청구권을 부여, 4년간 같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주택임대차 보호기간은 임대차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저 2년은 보장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없어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하면 임차인은 이사를 가야만 한다. 개정안이 통과돼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임차료 연체 등 8가지에 해당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또 임대차계약 갱신시 임차료와 보증금 증액 또한 연 5%로 제한된다. 현행법은 임차료와 보증금의 증감청구권을 대통령령에 따라 연 5%로 제한하고 있지만, 동 규정은 임대차계약 존속기간에만 인정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임대차계약 존속시는 물론 갱신의 경우에도 임대인의 증액청구 한도는 연 5%로 제한된다. 한편 국민의당 김상희 의원은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총 6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전·월세 폭등이 언제 다시 서민의 숨통을 틀어막을지 알 수 없다.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일상화 됐고, 이는 일부지역 일부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전체의 문제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함으로써 집없는 설움을 일부나마 덜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주택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금,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부동산투기를 발본색원할 대못을 박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각에선 상가임대차법·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하면, 법 시행에 앞서 임대인이 임차료·보증금을 올려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피해가 받는다고 ‘걱정’한다. 또 부동산 시장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상가임대차법·주택임대차법 개정은 건설경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전자의 ‘걱정’은 임차료·보증금을 올릴 시간을 주지 않고 단시간내 입법하면 될 일이고, 최악의 상황에는 정부가 나서 그 차액만큼 융자 등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왜곡된 전·월세 시장을 바로잡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비용치고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거품을 걷어낸 전·월세 시장은 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소비여력을 증가시켜 내수가 활성화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후자의 우려는 사실 대꾸할 가치도 없고, 거꾸로 묻고 싶다. 언제까지 부동산시장에 기대서, 온 국민을 부동산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경제운용을 할 것이냐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서민들을 부동산투기판으로 내 몰아서는 안된다. 상가임대차법·주택임대차법 개정은 그 시작이다. 이번 임시국회 통과를 계기로 부동산투기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강화, 임대소득세 과세 정상화 등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후속조치도 함께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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