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잠정세율 8%, FTA는 10.5%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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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 잠정세율 8%, FTA는 10.5% 선택은? 中 822개 품목 잠정세율 적용…7월 805개로 감소, 변동품목 확인 要

기사입력2017-02-16 20:18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hanyoung.biz) ㅣ다른기사보기

관세법인 한영 김진규 대표관세사

스킨케어 용품(HS Code 3304.9900)을 수출하는 B업체는 중국의 2017년 잠정세율 인하로 인해 2%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는 WTO 최혜국세율의 6.5%와, 한·중 FTA 3년차(2017년 기준) 협정세율 5.6% 보다 유리한 세율이다.

해당업체의 수출금액이 1억원이라고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중국 현지 수입자가 납부해야 하는 관세는 200만원이다. 한·중 FTA 3년차 세율을 적용할 때보다 약 360만원의 관세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와함께 잠정세율을 적용하면, 한·중 FTA와는 달리 FTA 원산지판정 및 특혜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리하다. 중국 수입자의 수입원가가 절감됨에 따라 B업체는 수입자의 재주문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12월23일 ‘2017년 관세조정방안’을 발표해 올해 적용될 잠정세율을 공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2017년 1월1일부터 일부 상품 수출입 관세가 조정됐다. ‘2017년 중국 세칙 중 세목’은 총 8547개로 증가해, 해당 품목 수는 전년도 787개보다 35개 늘어난 822개다.

<자료=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번 수입관세율 조정을 보면,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량이 많은 식품, 문화 소비재, 건강 관련 상품, 친환경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한 것이 특징이다. 또 중국인의 해외직구, 해외여행 구매리스트에 올랐던 유아용품, 전기밥솥과 같은 가전 등의 수입관세율을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낮췄는데, 구매력을 국내로 되돌리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잠정세율 대상 품목 중 주목할 만한 점은 가방류, 의류, 스카프류, 담요, 선글라스, 진공 보온컵 등 소비재의 경우 일반세율(WTO 최혜국 협정세율) 대비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아 현지 관세 및 증치세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2015년 6월1일부터 인하된 화장품, 의류, 신발, 기저귀 등 14종의 소비재는 올해에도 관세가 소폭 인하됐다.

이번 잠정세율 조정은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려는 중국당국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정책기조를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산업수준 업그레이드’를 내년 경제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확정해 ‘중국제조 2025’ 국가전략을 내세웠고, 전기차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최근 ‘Made in China’ 제품의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기업의 체질개선 기회로 삼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잠정세율 품목 확대는 우리 기업입장에선 ‘양날의 칼’인 셈이다.

산업육성 분야 관련 제품 수입관세율 조정 상황(예)

<자료=코트라 베이징무역관>

또한 중국인의 해외소비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소비유턴’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들어 화장품의 경우, 국경절 연휴부터 화장품 소비세를 대폭 인하(취소)해 소비를 촉진하려 한 사례가 있다. 수입관세율을 인하하면 중국 내에 수입되는 각국 소비재가격도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장품·선글라스 등 주요 명품의 수입관세율 인하로 미국·유럽·일본산 소비재의 중국 수출가격이 같이 하락, 중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수입관세율 인하 품목 가운데 對한국 수입수요가 많은 품목이 대거 포함돼, 대중 수출기업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소비품 수입관세율 조정 상황(예)

<자료=코트라 베이징무역관>

무엇보다 이번 잠정세율 인하 품목 중 한·중 FTA 발효 3년차 세율보다 낮은 품목이 소비재 위주로 다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관련 제품을 수출할 때 제품 HS Code에 따른 관세인하 혜택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전기밥솥(HS Code 8516.6030)을 예로 들면, 2017년 잠정세율은 8%인 반면 WTO 최혜국세율은 15%, 한·중 FTA 3년차 협정세율은 10.5%다. 올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잠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한·중 FTA를 적용하는 것보다 2.5%p 관세율인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잠정세율을 적용하면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후검증에 대비하기 위한 자료도 구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올해 1년간 잠정세율을 감안한 가격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일부 대상품목의 경우 잠정세율 적용기간이 2017년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만 유효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7년 7월1일 이후엔 잠정세율 대상이 805개로 줄어들 예정이므로, 변동 품목에 대한 잠정세율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