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TPP 수혜국으로 분류됐던 베트남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PP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 투자해 온 외국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베트남을 제조업 ‘생산기지’가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한류영향으로 제품이미지가 좋은 데다, 아직 베트남으로의 소비재 수출이 미미해 성장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낮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을 잇는 생산기지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기준 약 1억명 인구 가운데 70%가 생산가능인구(15~65세)다. 지난해 월 최저임금은 155달러로 중국(262달러)의 59% 수준이지만, 교육열이 높아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입지를 다지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신정부는 투자유치, 산업육성을 기조로 내걸고 ▲복잡한 행정절차 개선 ▲국제적 수준의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직업훈련 강화 ▲산업기반 확충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확대 등의 외국기업유치에 적극적이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 등 베트남이 체결한 다양한 무역협정을 활용할 경우, 참여국의 관세장벽을 상대적으로 쉽게 넘을 수도 있다. 지리적으로는 중국, 인도 등 유망시장으로의 진출이 용이하다. 

낮은 인건비·지리적 조건·정부의 개방정책 확대 등으로 베트남 경제는 지난 1년간 외국인이 직접 투자한 금액만 205억9000만달러(3708건)에 이르는 등 외국인직접투자(FDI) 위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외국인직접투자 중심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외국인투자 유입과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내수 소비시장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임충현 베트남사무소장은 지난 16일 열린 ‘2017 베트남 소비시장 전망과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베트남은 투자기회가 많고 진출전망이 있는 시장이다.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매년 10% 내외로 가계지출이 늘고 있어 소비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1억명에 달하는 인구, 경제성장으로 인한 가계소득 증가, 해외제품 선호 성향이 확산됨에 따라 단순 투자생산기지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인 AT 키너리(Kearney)가 뽑은 ‘세계 30대 유망 소비시장’에서 11위로 뽑혔다.

시장규모 자체도 크다. 특히 구매력이 강한 젊은층 비중이 크다. 전체인구 가운데 절반이 30대미만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구매력도 증가하면서 중산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베트남은 2011~2016년 연평균 6%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1년 1534달러였던 1인당 GDP는 지난해 2052달러, 33% 이상 증가했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늘자 구매력도 커졌다. 2010년 771억달러에 불과했던 가계 총지출은 2015년 1315억달러까지 늘었다. 5년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보스톤컨설팅그룹은 베트남 중산층이 2020년, 33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심을 중심으로 유통채널 역시 현대화되고 있어 향후 소비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베트남 소매판매의 약 75%를 차지하는 재래시장·영세상점은 슈퍼마켓·편의점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셀프스토어(진열된 상품을 고른 후 카운터에서 직접 계산하는 점포)는 2005년 135개에서 2015년 1800개로, 10년간 13배 이상 늘었다. 대형 슈퍼마켓도 같은 기간 47개에서 2975개, 20배이상 증가했다.

이와함께 자국산 제품의 품질이 낮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해외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과거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던 고가 자동차 등의 구매도 늘고 있다. 베트남 내수시장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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