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밀맷돌은 믹서기 제조사다. 2011년 분쇄기용 맷돌시스템 특허증을 취득하고, 3년의 기간에 걸쳐 제품개발을 한 후 2014년 ‘홈밀맷돌’을 출시했다. 이전 ‘생생맷돌’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세척이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새롭게 개발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2015년 공영홈쇼핑 개국과 함께 홈쇼핑에 론칭했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20여회 방송을 하며 공영홈쇼핑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홈밀맷돌은 이에 힘입어 공영홈쇼핑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타홈쇼핑으로의 진출을 모색했다.

2015년과 2016년 한차례씩 타홈쇼핑 론칭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미 검증된 제품이지만 공영홈쇼핑 보다 높으면서도 판매량에 상관없이 고정된 수수료, 생산량 증가에 따른 재고부담이 가중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8월 다시 공영홈쇼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5년 5억여원이던 매출이 30억원까지 급증했고 수출을 준비 중일 정도로 성장했다.

홈밀맷돌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성까지 갖췄지만, 제품의 문제가 아닌 TV홈쇼핑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판로확대에 실패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판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벤처기업협회 김영수 전무에 따르면 국내 TV홈쇼핑 방송시 35% 판매수수료 즉 1만원을 판매하면 3500원의 수수료를 홈쇼핑사에 지급해야 한다. 공영홈쇼핑 수수료율 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판매되는 상품은 일정 수량 이상의 재고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외 방송후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제조 중소기업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 TV홈쇼핑이 요구하는 조건은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란 얘기다.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국내 홈쇼핑업체의 판매 상위상품을 보면 패션상품과 뷰티제품이 대부분이다”며 “중소·벤처기업들이 창의·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도 가치를 알아주지 못해 판로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상품군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홈쇼핑들이 이들의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상생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GS홈쇼핑은 판매 상위 10개 제품 중 10개 모두, 현대홈쇼핑의 경우 8개 제품이 패션·뷰티 상품이다.

가능성이 안보이는 것도 아니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도 3분기 중소기업이 출시한 36개 제품으로 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1년후 2016년 4분기, 197개 제품으로 3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2015년도 GS홈쇼핑의 해외수출 한국상품 상위 10개 제품을 보면 ‘스팀큐 스팀다리미’, ‘셰프라인 프라이팬’, ‘렉스파 접이식 자전거’, ‘썬라이즈 밀폐용기’ 등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부분이고, TV홈쇼핑에서 높은 판매량을 차지하는 뷰티·패션 제품은 2개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홈쇼핑들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소·벤처기업 제품 론칭을 꺼리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의 황기섭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TV홈쇼핑은 높은 송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IPTV에 방송할때는 플랫폼 사용료를 내고 있다”며 “방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목표액이 높고, 신규 업체나 검증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 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실장은 “TV홈쇼핑 보다는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나 인터넷몰을 통해 소비자 검증단계를 밟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황 실장은 “현재 TV홈쇼핑은 7개지만, 전체 상품판매방송 채널은 17개다”며 “소비자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품질·가격 등 제품 속성이 중요하며, 국산품인지 등 윤리적 요소는 부차적이다. 중소·벤처기업 제품 판매를 정부가 나서 강요하는 것은 포화상태인 TV홈쇼핑에 부담이다”며 시장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