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MBC에 기간제로 입사해 무기계약직(중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97명은 MBC를 상대로 정규직 직원에게만 지급했던 주택수당(30만원)·가족수당(16만원)·식대(21만원)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고, 지난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규직과 중규직간 업무가 구분되지 않음에도 임금 등 근로조건을 차별해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제6조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근기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중규직이란 ‘고용형태’가 근기법 제6조에 따른 차별금지 대상, ‘사회적 신분’에 해당된다는 전제하에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는 중규직에 대한 차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1일 열린 ‘2017년 주목해야 할 노동판결 및 대응전략’ 설명회   ©중기이코노미

법무법인 세종의 김동욱 변호사는 지난 21일 열린 ‘2017년 주목해야 할 노동판결 및 대응전략’ 설명회에서 “작년에 나온 판결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을 꼽으라면 단연 중규직이 근기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신분에 포함된다는 판례”라며 “정규직과 중규직이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임금을 차별해선 안 되는데, 아직도 모르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중규직’ 신분의 근로자는 기간제가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란 점에서 고용안정성은 보장되지만, 일반적으로 임금과 복지·승진 등의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은 기간제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해 사용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중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2007년 기간제법 시행 직후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창구 수납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기간제를 중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를 조정했다. 종래에는 여·수신업무를 함께 했던 중규직에게 수신업무만 담당하게 하고, 여신업무는 정규직으로 돌리는 등 정규직과 중규직의 직무를 구분했다. 이후 중규직에게만 적용되는 보수·승진제도를 정규직과 달리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규직에게 차별적인 근로조건을 적용했다. 사실상 편법이었던 중규직 고용형태가 금융권을 시작으로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에 보편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MBC도 정규직(일반직)과 중규직(업무직 등)을 구분해 운용했다. 금융권과 유사하게 중규직은 승진이 제한됐고 보직도 받을 수 없었다. 정규직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했음에도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주택수당·가족수당·식대도 받지 못했다. 이들 중규직이 MBC를 상대로 임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근기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인정돼 차별액수만큼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패소로 인해 MBC가 97명의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은 약 30억원이다. 그는 “MBC사례는 하급심판례지만 이례적 판결이 아니다”라며 “중규직이 근기법 제6조에 적용된다고 보는 판례, 관련 판례평석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앞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규직과 중규직을 분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명확히 직군분리가 돼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