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가격을 일시로 납입해야 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이유를 내세운다. 선분양제에서는 청약절차를 거쳐 계약금을 먼저 낸 이후, 기간에 따라 나눠서 중도금을 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도금을 내는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약 2년 동안 1차, 2차, 3차에 걸쳐 분납한다. 이처럼 선분양제에서 장기간 분할납부가 가능했던 중도금 납입절차가 후분양제에서는 생략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목돈을 한 번에 마련해야 하는 소비자에겐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후분양제를 도입한다 해도 소비자 부담은 선분양제와 달라질 게 없다”며 “오히려 선분양제에서 2~3년간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지급했던 금융이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일반적으로 5억원 정도 되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며 “후분양제가 도입돼도 보유한 금융자산 이외에 나머지는 대출로 충당해야하므로 소비자 부담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도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미래소득에 기초해 부채를 얻어 주택을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어차피 80% 정도의 모기지로 구입하는 방법은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후분양제 도입한다고 분할납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2006년부터 후분양제를 시행 중인 서울주택토지공사(SH공사)는 분양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받고 있다. 공정률 80% 이상 후분양제로 시작해 현재 60% 이상으로 앞당겨지긴 했지만, 후분양제에서도 분할납부 방식이 가능하다.

SH공사 재정관리부 김민규 대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단지마다 다르지만 보통 계약금 납입 후 입주 전까지 약 1년 동안 중도금을 1회에서 2회 수령한다”며 “선분양제든 후분양제든 납부하는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소비자가 내는 돈은 어차피 똑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채무는 선분양제나 후분양제든 같다. 오히려 후분양제에서는 선납에 따른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돼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뒤집어 보면 후분양제에서는 그간 소비자가 부담했던 금융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에 타격이고, 건설업계 전체로 보면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갑자기 도입하면 충격이 크고, 건설사도 부담이니 후분양제는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다. 2004년에 발표된 로드맵을 기본으로 재건축과 같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사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순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개발금융시스템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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