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이생망’ 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젊은이들은 SNS에서 절망을 공유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니. 차라리 ‘이 망할 세상’, ‘헬조선’이라고 기성세대를 향해 욕이라고 퍼부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지 모른다. 기성세대로서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노력하면 된다, 삶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라는 섣부른 훈계는 ‘꼰대’ 소리만 듣기 십상이다. 누구 탓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성세대로서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가끔 청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성세대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기성세대들이 좋은 일자리를 독식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청년세대를 머슴처럼 부린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가 그래서 생겨났고, 이제는 졸업과 동시에 빚부터 지고 시작해야 하는 ‘마이너스 세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그것은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의 문제다. 장년들이라고 모두가 기득권은 아니다. 나름의 논쟁과 설득을 해보지만 피해자 세대라는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취직을 못해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수천만원의 학자금대출로 빚을 안고 마이너스 인생을 시작하는 청춘들. 국가의 온갖 혜택으로 이익을 냈다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도 기업의 책무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대기업은 한술 더 뜬다.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요구에 몇 십억원의 뭉텅이 돈을 내놓던 기업들이 신규채용의 문을 아예 닫아 건 모양새다. 불경기와 예측할 수 없는 정세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는 있지만 이 주장,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다. 한 달도 채 안된 지난 1월말 삼성전자를 위시한 정유업계 등 대기업들은 사상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자랑하면서 직원들에게 기본금의 500%, 10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청년들이 하루 두세 곳 아르바이트를 1년 내내 해도 만져볼 수 없는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한꺼번에 지급한 대기업도 적지않다.

최대매출에도 문을 잠그고 돈잔치’에 여념없는 대기업

기업이 흑자가 나면 시설과 인력에 재투자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기업운영 원리다. 또 국가의 온갖 혜택으로 사상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도 기업의 책무다. 그러나 최대의 매출을 거두고도 문을 꼭꼭 잠근 채 집안 돈잔치에 여념이 없는 대기업들. 그러고도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생기고, 성장이 있어야 분배가 늘어난다고 강변할 수 있는가. 마이너스 인생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대기업의 돈잔치는 호환마마보다 무섭고 잔혹하다.

청년은 조국의 미래라 한다. 이 말이 옳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실업자가 된 청년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은 기생세대로서 염치없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은 청년실업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인생의 출발선에서 금수저는 못 안겨 주더라도, 마이너스로 출발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절규하는 청년들에게 기업은 더 이상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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