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를 하게 되면, 주택건설업체는 원칙적으로 주택을 완공한 이후 분양한다. 따라서 건설업체는 선분양제를 할때 소비자로부터 가져다 쓸 수 있었던 계약금·중도금을 자체조달 해야 한다. 건설업체는 주택건설비용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해야 하고, 대출이자는 분양가에 더해져 주택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반대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아파트는 원가에 이윤을 붙여서 분양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시세에 맞춰서 분양한다”며 “따라서 건설사가 부담하는 금융비융이 분양가를 상승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규주택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높을 경우 분양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돼도 상한선은 주변 시세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선분양제이기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주택가격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선 계약금과 중도금 등 선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후분양제에서는 완공된 아파트를 실제 방문해 비교·평가하기 때문에 과대·허위광고가 어렵다. 반면 선분양제에서는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대·허위광고가 가능하고, 신도시급의 대규모 단지에 메이저급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경우 광고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광고모델로 최정상급 연예인을 선호하는 이유도 미완성 주택의 이미지를 포장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후분양제를 하면 소비자들은 완공된 주택을 실제 방문해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모델하우스를 짓고 관리하고 후에 다시 철거하는 비용이 필요없다. 사진은 지난해말 서울 마포구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소비자들이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의 조감도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무엇보다 후분양제에서는 투기목적의 가수요를 막을 수 있어 분양가 급등 현상을 잡을 수 있다. 선분양제에서는 계약금만 있으면 주택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후분양제 보다 가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최 부장은 “선분양제가 사라지면 투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 전매로 인한 거품정도는 제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도 “선분양제에서는 농담 삼아 대학생도 투자해 중도금 집단대출 받아 입주시점에 전세를 주면, 자기 돈 없어도 자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런 구조가 되면, 실제 2~3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너도나도 투기시장에 몰려 분양가는 계속 올라간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후분양제를 시행해 아파트 분양가가 당초 예정했던 분양가보다 내려간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 서울주택토지공사(SH공사)가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처음 공개했을 때,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분양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아파트 공정률이 80%에 이를 때 분양을 실시하기로 했고, 결국 1년 후인 2007년에 후분양을 시행했다. 당시 서울시는 당초 발표했던 분양예정가와 비교해 최고 12.04%까지 인하됐다고 평가했다.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를 내릴 수 있었던 근거는 건설원가를 ‘정밀 검증’한 것이고, 검증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건설사에 거품이 빠진 적정이윤만을 보장함으로써 분양가를 잡을 수 있었다.

정밀검증 방식을 묻는 질문에 SH공사 재정관리부 김민규 대리는 “착공시 건설원가를 추정하는 것과, 공정이 일정부분 진행된 후에 추정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은평뉴타운의 경우 후분양제 도입 후 80%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조사했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추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급자의 의지만 있다면 후분양제를 해도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선분양제에서 분양가가 오르면 그에 따라 주변 시세가 오르고, 전세도 오르고, 월세도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도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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