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허박스(PB, patent box)’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허박스란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 가운데 특허 등의 지식재산(상표, 디자인, 저작권, 영업비밀 등)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경감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특허박스제는 또 특허 등의 보유 지식재산권의 사업화를 통한 매출수익뿐만 아니라 지식재산의 라이선싱, 양도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로열티 및 거래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 주기도 한다. 우수한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 연구개발 활동 그리고 지식재산 활동과 관련한 조세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1973년 아일랜드가 제일 먼저 특허박스제도를 도입한 이후 2001년에는 프랑스, 2007년에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2008년에는 룩셈부르크 등이 이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4월부터 인도에서 등록하거나 개발한 특정 지식재산권으로부터 얻은 소득의 10%를 감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허박스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가별로 적용하는 지식재산권의 내용이나 세율 등 세부적인 운용에는 차이가 있다.

여러 국가에서 특허박스제도를 도입, 운용하는데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회 전체적으로 R&D(연구개발)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 유럽연합(EU) 공식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특허박스제도 도입국의 민간 R&D 평균 증가율은 4.0%였지만, 미도입국의 증가율은 3.7%다. R&D 활동의 결과로 창출되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경감시킴으로써 기업으로 하여금 기술개발 등 혁신을 추구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특허박스제도 도입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0.8%인데 반해, 미도입국은 8.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EU 회원국의 평균 외국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3.8%였다. 법인세율을 감면 받고자 해외의 다국적기업이 특허박스 실시국으로 이전하는 등 각종 투자를 늘린 탓이다. 외국기업 유치국 입장에선 다국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R&D투자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 특허박스제도 도입국의 경우 제도 도입 전에 비해 양도받은 특허수가 최소 150%에서 최대 275%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R&D 활동촉진, 다국적 기업의 R&D투자 경쟁력 제고는 국가혁신으로 이어진다. ‘유럽 혁신 지수 2016(European Innovation Scoreboard 2016)’을 기반으로 지난해 유럽 36개 국가의 혁신수준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특허박스제도 도입국의 종합적인 혁신지수 평균은 0.541이다. 미도입국 혁신지수 평균(0.430)과 유럽연합(EU) 평균(0.521)을 넘는다.

우리나라는 R&D 투자의 확대와 출원 및 등록 특허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이전이나 사업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식재산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식재산을 활용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조세혜택을 지원하는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특허박스제도가 R&D역량이 뛰어난 대기업에 대한 또 다른 감세제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대기업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으로 이전하는 경우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특허박스제도의 적용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특정하거나 심사에 의한 선정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특허보다 저작물, 콘텐츠, 디자인 등을 활용한 사업화에 대해 우선 감세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