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좋다. 정부가 발표한 ‘내수 활성화 방안’ 말이다. 내용을 보면 매달 한번 1회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지정해, 유연근무제 등을 통한 단축근무를 유도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0분씩 초과근무를 하고, 금요일에는 두 시간 먼저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다.

1일 8시간 근로를 초과할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발생, 사업체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해 선택적근로시간제, 탄력적근로시간제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경우 근로시간이 1주 평균 40시간 이내(선택적근로시간제) 또는 2주 평균 40시간 이내(2주 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라면, 1일 8시간을 초과해도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있나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OECD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을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 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금요일은 4시에 퇴근하라고 하면, 과연 어느 정도의 근로자가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일부만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같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들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두 달 가량 더 일하지만, 시간당 실질임금은 2/3 수준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도 정부가 의도한 소비심리 회복은 어렵다는 얘기다.

기본방향을 잘못 잡았다. 소비가 안되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에 따르면 월 소득기준 하위 10%인 극빈층의 2016년 3분기 가처분소득은 71만7000원, 2015년 3분기 대비 16%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감소폭이 크다. 하위 10% 가구소득은 2016년 1분기 -4.8%에서 2분기 –13.3%, 3분기 -16% 순으로 감소폭이 커졌다. 일자리라도 늘어나면 소득이 발생, 소비가 늘어날 터이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12개사를 대상으로 한 ‘2017 상반기 4년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채를 계획한 기업은 34.4%에 불과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또 최저임금을 현실화해 근로자들의 지갑에 돈을 채워줘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하고 계속 헛도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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