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회의문화가 낙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효율이 낮은데다, 소통도 안되고, 성과도 없는 탓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발표한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보고서를 보면, 직장인들이 국내기업 회의문화에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 성적표로 환산할 경우 ‘가(59~0점)’에 해당되는 낮은 점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부문별로 살펴보면 회의 효율성이 38점(회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다), 소통수준 44점(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다), 성과점수 51점(결론이 명확하고 실행으로 연결되는 편이다)이다.

회의 효율성과 관련 국내기업은 회의를 1주 평균 3.7회 하고 있으나, 그중 절반 1.8회는 불필요한 회의였다. 1회의 회의시간은 51분씩 진행하고 있으나 약 31%(15.8분)는 잡담, 스마트폰 보기, 멍 때리기 등으로 허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단순 업무점검 및 정보공유 목적이라서’라는 응답이 3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방적 지시 위주라서(29.3%)’, ‘목적이 불분명해서 (24.7%)’등이 뒤를 이었다. 또 1회 회의 평균 참석자 8.9명 가운데 불필요한 참석자도 2.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수준과 관련해서 61.6%는 상사가 발언을 독점한다고 답했고,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진다고 응답한 직장인도 75.6%에 이른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회의가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가급적 침묵하는 ‘투명인간 직원’도 불통 회의의 원인으로 꼽혔다.

성과없이 끝나는 회의도 많았다. ‘명확한 결론없이 끝나는 회의’가 55.2%로 절반을 넘었으며, ‘결론이 나도 최적의 결론이 아닌 경우’도 42.1%에 이른다. 이유로는 ‘회의 주재자 위주로 결론이 나서(29.9%)’, ‘부서간 떠넘기기(28.7%)’, ‘어차피 바뀔테니 대충대충 결정(21.9%)’ 등이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회의문화 개선을 위해 ▲비합리적 프로세스 ▲전근대적 리더십 ▲수동적 팔로워십 ▲토론에 미숙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회의 10대 그라운드룰(Ground-Rule)’, ‘회의 유형·역할별 준칙’ 등을 마련해 공개했다. 예컨대 아이디어 도출·문제해결 회의시 ▲주재자는 귀를 최대한 열고 말은 최대한 삼갈 것 ▲은근히 본인의 의견만 고집하지 않는지 되돌아 볼 것 ▲발언자에게 업무를 몰아주지 말 것 등을 제시했다. 참석자의 경우 ▲참석할 필요 없는 회의라면 불참의사를 밝힐 것 ▲문제제기를 당당히 할 것 ▲빨리 끝내려고 대충 동의하지 말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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