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크지 않은 소기업의 경우 기업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대표 한명이 하는 경우가 많다. 1인만의 독단적인 결정이고, 대표 스스로가 직접적인 내부 이해관계자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가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기업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도 오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실질적으로는 회생으로 가야하는 기업인데도 회사의 장래성 등 여타의 긍정적 요소를 과다평가해 정상기업으로 오인하는 경우다. 또 파산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회생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태경회계법인 유성만 회계사는 최근 열린 ‘2017년 경영개선 정부자금지원 및 재무구조개선 세미나’에서 “리스크 단계가 총 100%까지 있다고 가정하자. 보통 50% 단계까지는 구조개선자금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50% 이상에선 기업회생을 하고, 70%이상시 파산으로 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회생을 신청해야 할 리스크 단계 50%를 넘어선 기업이 자금을 신청하고, 파산을 신청해야 할 70% 이상에서 회생을 신청한다는 것”이라며 “100%에 가까워져 비로소 파산을 신청하니 미스매칭이 일어나 자금도 받기 힘들어지고 회생 및 파산도 잘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경회계법인 유성만 회계사는 최근 열린 ‘2017년 경영개선 정부자금지원 및 재무구조개선 세미나’에서 “그동안 상담했던 기업 두곳 중 한곳은 타이밍을 놓쳐 파산조차 불가능했다”며 “회사진단을 무엇보다 앞서 정확하게 해야 효과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정확한 타이밍을 잡았다면 적합한 대책도 필요하다. 기업 대표들은 위기상황이 오면 집 담보대출을 받거나 심지어 친구, 친인척까지 찾아가 돈을 빌리곤 한다. 융통할 수 있는 돈을 끝까지 다 투입한 후에야 회생으로 가는 경우다.

이에 대해 유 회계사는 “이런 식의 자금투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자본잠식이 70억원인 회사에 쌈짓돈 10억원을 넣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자본잠식이 60억원으로 바뀌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회생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돈은 허비하지 말라”고 했다. 자산 30억원, 부채 100억원이 있는 회사가 회생하면 자산 30억원, 부채 30억원인 회사로 바뀔 수 있고 여기에 쌈짓돈 10억원을 투자하면 회사는 완전 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파산도 마찬가지다. 유 회계사는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6개월에서 1년 사이 모든 부채가 탕감되지만, 절대 면책되지 않는 것이 근로자급여와 세금”이라며 “파산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근로자급여와 퇴직금 그리고 부가세 등의 세금이 밀리기 전에 파산해야 재기가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급여, 세금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파산하면 면책도 안되고, 재창업자금 등을 받으려 해도 성실경영평가 점수를 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여나 퇴직금이 밀려 형사고발을 당하게 되면 성실경영평가를 받을 때 상당히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파산이유는 대표가 면책을 받고 재기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파산이라는 어감이 부담돼 한두 달 고민하게 되면 파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영난 또는 사업의 존폐 결정 등 이같은 기업인의 경영상 애로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은 자금융자 및 보증지원,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위기를 조기에 진단해 진로를 제시하고 회생 등을 지원하는 컨설팅사업은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이 은행과 보증기금 등으로부터 모두 외면당할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다.

중진공 진로제시컨설팅을 신청하면 전문가가 진단해 정상기업이면 구조개선자금지원을, 회생이 필요한 기업이면 기업회생컨설팅을, 파산이 필요한 기업에는 사업정리컨설팅을 재기방향으로 제시한다. 유 회계사는 “지금까지 약 200개 기업의 상담을 했는데 약 20개 기업이 회생, 약 60개 기업이 사업정리, 1개 기업이 구조개선자금을 받았고 나머지 기업은 아무것도 해당이 안 돼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진로제시컨설팅을 받으면 240만원의 컨설팅비용을 지원받는다. 기업회생컨설팅을 지원받는 기업은 최대 3000만원 한도에서 70%를, 사업정리컨설팅을 지원받는 기업은 180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 유 회계사는 “올해 컨설팅 사업예산이 작년보다 12억원정도 늘어 30억원 정도 된다”며 “다만 보통 8월이면 예산이 소진돼 늦으면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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