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11.10.선고, 2014두45765).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 근로관계에서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란 근로자의 정당한 기대권이다.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사용자가 계약갱신을 거절하면 부당해고 법리를 적용한다는 판례가 인정한 권리다. 기간제법 제정 이전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함으로써 사실상 무기한으로 기간제를 사용하는 편법을 막고,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법원이 만든 법리다.

그러나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는 기간제법이 제정됨에 따라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것인가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급심 판례 또한 사안에 따라 결론을 달리했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갱신기대권을 인정함에 따라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근로자 A는 2010년 10월26일부터 2012년 10월25일까지 2년을 기간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A가 회사와 합의한 근로계약에 따르면, 근로계약 만료 1개월 전에 재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근로계약 만료 1개월 전인 2012년 9월24일 회사는 A에게 근로계약 만료일인 10월25일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근로계약 해지사유로 ‘인사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고 A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당시 회사의 인사평가 기준은 모호했고 객관성도 떨어졌다. A는 갱신기대권 법리에 기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노위는 근로계약 해지통보의 법적성질이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통지’에 해당돼 해고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A의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부당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했다며 A의 재심신청을 인용했다. 이어진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지노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고,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반전을 거듭했던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판례법리인 갱신기대권이 기간제법 제정 이후에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판례로 확립된 갱신기대권 법리에 대해 그간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 근로관계에서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란 근로자의 정당한 기대권이다.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사용자가 계약갱신을 거절하면 부당해고 법리를 적용한다는 판례가 인정한 권리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기간제법 제정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여부에 대해 기존 하급심 판례 중에는 기간제법 제정으로 법률상 흠결이 치유됐으니, 더 이상 판례에 의해 형성된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또 기간제법 제4조(기간제 근로계약 기간 2년 이상 초과 금지)의 입법취지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의 조화라는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기대권을 부정했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각 조항내용 및 입법취지가 갱신기대권을 배제하거나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을 배제하는 근거로 사용된 것이 아니고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는데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법 시행 후 체결된 근로계약에 대해서도 정당한 기대권 형성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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