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의 물품을 구입해주고, 가맹본부가 운영될 수 있도록 가맹비와 매출액을 지급하는 가맹점사업주는 엄밀하게 말하면 가맹본부의 고객이다. 하지만 가맹점 운영의 주도권을 가맹본부에서 쥐고있다 보니, 가맹점은 가맹본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계속적으로 거래하는 주체 사이에서 거래상의 지위가 상대방보다 우월한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를 ‘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 이라고 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은 제12조 제3호에서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의 개념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금지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자들이 주장하는 가맹본부의 거래상 지위 남용의 대표적인 행위는 고가의 물품구매 강요다. 시중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물품임에도 가맹본부의 강요 혹은 ‘눈치보기’로 인해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와의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거부하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피자전문점 A가맹본사는 피자의 주재료인 치즈를 본사를 통해 구매하도록 강요했다. 가맹점사업주에 따르면, 피자치즈를 유가공 업체와 직접 거래하면 10kg당 7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A가맹본사는 회장의 동생 등 특수관계의 업체에서 치즈를 10kg당 9만2950원에 구입하도록 해 가맹점주의 수익을 악화시켰다. 또 A가맹본사 회장은 자서전을 제작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맹점주들에게 수백여권씩 강매하기까지 했다.

김밥점문점 B가맹본사는 가맹점의 의자, 탁자, 주방집기 등을 본사가 구매해 가맹점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중간마진을 취했다. 또 B가맹본사는 인테리어업체를 지정해주고 가맹점이 컨설팅비 명목으로 600~1000만원을 인테리어 업체에 지불하게 했으며, 전등·타일 등은 특정업체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지정해 고가에 구매하도록 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이같은 거래상 지위남용의 불공정행위 유형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법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거래상 지위남용의 경우를 ‘가맹점사업자에게 원재료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통상의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등의 거래상의 행위’로 명확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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