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도 많았지만 후회해 본 적은 없다”며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재주가 이 사회에서 좋은 방향으로 ‘쓰임’이 된다는 것이 기쁨이고 보람”이라는 이소희 대표.   ©중기이코노미

“할 수 있는 일은 요리 뿐이라서, 음식으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좋게 하고 싶었습니다. 건강하게 만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눠먹는다면, 이 사회의 온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텐먼스맘은 ‘음식으로 사회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미혼모, 유산을 경험한 여성, 소외된 다문화 여성 등을 대상으로 요리강연을 하고 요리과정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또 자격증 반을 통해 요리사로 양성해 취업을 돕기도 한다. 이와함께 케이터링 도시락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미혼모, 경력단절 여성,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고령자, 환자 등 우리사회 취약계층이 요리를 매개로 치유를 하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텐먼스맘의 이소희 대표는 “음식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먹는 순서를 바꾸거나, 요리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더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요리로 감동 주는 것”

한 때 잘 나가는 교육사업을 운영하며, 남부러워 하는 차도 타고 번듯한 집도 장만했던 이 대표는 어느 날 심각한 질병을 발견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안 좋은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 대표는 사업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갈 마음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소희 대표는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온기 있는 밥 한끼 지어주고 싶어 ‘곳간’을 차렸다.   ©중기이코노미

한국을 떠나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자격증 취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격증이 생긴 후 이 대표는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낭여행부터 떠났다.

“배낭을 메고 호주, 아프리카, 아시아 각국 등 정처없이 여러 나라를 떠돌았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죠. ‘어느 나라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요리가 바꾼 삶…소아암 환자 ‘쉐프’ 꿈 도와줘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는 요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유치원부터 양로원까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요리강연을 했다. 강연을 통해 서울의 한 미혼모 시설과 인연이 닿은 이 대표는 집에서 2시간 거리의 시설을 오가며 자원봉사를 했다. 이혼을 경험하고 어린 아들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아픔을 겪었던 이 대표였기에 미혼모의 아픔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자원봉사의 형태로 그들을 돕는 것은 한계가 많았습니다.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선택한 비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한 기업체에 적을 두고 강연을 다니던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소셜벤처 대회에 참가해 입상하며 텐먼스맘을 설립한다. 미혼모들이 요리로 치유의 시간을 갖고, 기능인으로 요리를 익혀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텐먼스맘의 직원들 또한 이 대표의 요리강의를 통해 인연을 맺은 미혼모와 시니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텐먼스맘이 운영하는 시니어대상 바른식생활 클리닉(위)과 바른식생활 어린이 요리교실<사진=텐먼스맘>

“한부모 가족 혹은 비혼모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죠. 그들 스스로도 당당하게 사회일원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국가의 지원도 없다보니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미혼모 뿐만이 아니다. 암환자 식생활 개선프로그램, 장애인 재활요리교육, 복지관 집밥요리 교육, 백혈병·소아암 쿠킹클래스, 보호관찰청소년 직업훈련교육, 저소득 독거노인 쿠킹클래스 등 취약계층을 돕는 요리치유와 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 소아암환자협회에서 요리봉사를 하다가 알게 된 한 여학생은 ‘쉐프’가 꿈이었다. 어렵게 요리학교에 들어갔지만,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 자격증 공부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 자격증 공부를 도와줬다. 열이 나면 공부하러 못 오기도 하고 체력이 약해 많이 걱정했는데, 얼마전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내 카페테리아 ‘곳간’   ©중기이코노미

텐먼스맘은 지난해 10월 서울혁신파크 내에 ‘곳간’이라는 분식점도 열었다. 분식점이라는 업종 때문에 라면과 떡볶이를 구색으로 갖추고 있지만, 매일 메뉴를 달리 해 ‘집밥’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텐먼스맘의 요리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들이 곳간의 직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혁신파크는 사회변혁가들의 둥지다.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온기있는 밥 한끼 지어주고 싶어 이곳에 식당을 차렸다”고 했다.

곳간은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판매량이 많지 않아 늘 적자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곳간과 같은 음식점을 더 많이 열고 싶어한다. 텐먼스맘의 요리강좌를 수료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되고, 또 좋은 사람들이 모여 건강하고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힘든 일도 많았겠죠. 하지만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새벽부터 나와 곳간의 하루 장사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강의를 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죠.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재주가 이 사회에서 좋은 방향으로 ‘쓰임’이 된다는 것이 기쁨이고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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